막말과 인신공격, 말꼬투리잡기가 흔한 한국 정치 풍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의’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분노’ 논쟁은 보기 드물게 내용과 품격을 갖춘 논쟁이었다는데 이의를 달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문ㆍ안 양측의 캠프나 소속정당인 민주당으로선 논쟁으로 인한 정치적 ‘득실’을 안 따질 수 없겠지만, ‘정의와 사랑’, 혹은 “너도 맞고 나도 맞다”는 황희 정승식의 어법으로 서둘러 마무리한 결말이 아쉽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가세해 더 해도 좋을 논쟁이다.
문ㆍ안, 두 사람이 대선 유력주자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양측의 전략적 차이를 넘어, 지금 한국사회의 시대정신과 정서,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과제와 리더십이 매우 감성적인 두 단어 ‘선의’와 ‘분노’로 압축돼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 특히 유권자들에게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논쟁이다.
‘선의’는 행위자 개인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다. 말을 듣는 사람보다도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에 방점이 찍힌다.
대선을 앞둔 안 지사의 의미대로라면 ‘지도자의 통치 의도’다. 안 지사는 또 “의도는 좋은데 방법이 잘못됐다”고도 했는데, 그렇다면, 국민은 이해하고, 통치자는 방법을 고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반면, ‘분노’는 지도자 개인의 의도보다는 ‘체제’와 ‘과정’, 그리고 ‘결과’를 문제삼는다. 말을 하는 사람, 곧 통치자의 의도가 아니라 말을 듣는 사람, 즉 국민의 ‘요구’에 초점을 맞춘다.
지도자의 통치 의도보다는 그릇된 결과를 낳은 불의한 통치 시스템과 그것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강조한다. 지도자의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의 개혁이 대안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이 임박했고, 언제가 됐든 올해 대선이 치러진다.
한국 사회의 기로다. ‘당신’은 ‘지도자의 선의’를 보는 사람인가, ‘국민적 분노’를 느끼는 사람인가. 거기에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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