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2월 우리 수출이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하는 것은 5년 2개월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수출 호조세는 오는 4월까지 무난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수출이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수출 품목의 단가 상승 영향이라는 분석이 크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적극 실행에 옮기면서 우리 수출은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정만기 1차관 주재로 ‘주요 업종 수출점검회의’를 열고업계 애로타개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회의는 아울러 “이번달 수출 단가 상승과 수요 회복으로 대부분 주력 품목의 수출이 전년보다 늘어날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호조 당분간…기저효과ㆍ국제유가 상승=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5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2.8% 늘었다. 이달 1~10일 하루 평균 수출액은 17억7000만달러로 작년보다 11.8% 늘었다. 이 기간 전체 수출 증가폭(72.8%)보다는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설 연휴의 영향이 컸다. 작년에는 2월 초, 올해는 1월에 설 연휴가 끼어 있었다. 이로 인해 작년엔 2월 들어 10일까지 조업일수가 5.5일이었지만 올해는 8.5일로 사흘이 많다.
특히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작년 2월1~10일 수출액은 전년 대비 27.3% 줄었다. 2015년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3%나 감소한 이후 ▷2016년 1월 -19.6% ▷2월 -13.4% ▷3월 -8.2% ▷4월 -11.1% 등으로 월 평균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은 오는 4월까지는 기저효과로 인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관련 품목이 호조세다. 석유화학 수출은 2014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35억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석유화학이나 석유제품 등 유가의 영향을 받는 제품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내외에 달한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2월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28.8달러에 머물렀지만 올해들어 53달러대를 유지, 2배가량 상승했다. 보통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제품별로 보면 수출 단가 상승에 힘입어 석유제품은 이달 10일까지 전년 대비 137.7% 늘었다.
이런 호조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평판 디스플레이·컴퓨터 등 정보통신(IT) 제품과 석유제품·석유 화학·철강 등 소재 품목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예상했다. 이번달 수출이 늘어난다면 2011년 12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첫 4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하는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현재 수출 회복세의 가장 큰 배경은 기저효과”라며 “특히 반도체, 조선, 자동차 부품, 승용차 등 13대 주력품목의 수출이 2015∼2016년 바닥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에는 수출 물량이 늘었다기보다는 원자재, 유가 상승 때문에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의 단가가 높아지면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1∼2월 반짝했다고 수출을 장밋빛으로 낙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發 환율전쟁 예고…수출 전선에 비상=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2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1133.0원에 거래를 시작, 114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는 지난달초 1210원선에 근접했지만 최근 1100원선까지 급락하기도 했으며 가파른 되돌림을 겪기도 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1045원으로 중소기업이 1046원, 대기업이 1040원으로 보고 있다. 적정환율은 평균 1073원으로 중소기업이 1073원, 대기업이 1069원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환율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환율이 내려가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당장 환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이 4000억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과 LG전자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환율 하락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경쟁기업보다 좋은 품질이지만 값싼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선보여야 매출이 크게 오를 수 있는데 최근 원화가치 상승은 완성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완성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철강업계도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조선산업 역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국 발언 이후 원화 절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세계 경기의 호전 흐름을 우리 수출업계가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미국이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 보다 중국 교역 둔화와 미·중 갈등의 심화, 한국으로의 환율 및 통상 분쟁 확산 등의 위협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 ‘수출 살리기’ 총력전, 업계 애로 타개 주력= 산업부는 매달 주요 업종 수출점검회의를 열어 현장 애로사항을 접수해 처리하고 있다. 지난달 회의에서 제기된 28건의 수출 애로사항 가운데 25건은 이미 처리했거나 완료했다. 대표적으로 해외전시회 개별 참가 지원 한도를 연 1회에서 2회로 늘렸고, 찾아가는 자유무역협정(FTA) 컨설팅 지원 업체 수는 전년보다 130여개 확대했다. 기업들이 요구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과 한·동아시아국가연합(ASEAN) 추가 자유화 협상은 진행 중이다.
또 트럼프 發 보호무역을 대비해 통상 관련 국내 학회들과 만나 미국 새 정부 출범 등에 따른 통상정책 방향에 관한 조언을 청취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 통상 학회장과의 간담회, 통상정책 연구실무자로 구성한 ‘통상정책 실무 연구모임’ 등을 꾸준히 개최하면서 학계와의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개최해 내수의 또 다른 축인 투자 활성화 방안과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밀착형 산업, 고령사회 유망산업에서 민간의 투자기회를 확대하고 새로운 수출방식 촉진 등을 중심으로 수출구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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