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기도에 사는 이 모 씨(여, 26세)는 겨울철 추위를 많이 타서 소형 전열제품을 애용한다. 각종 USB를 이용한 1인용 소형 전열제품은 물론 휴대용 핫팩 등 사용하는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집에서도 잠은 온수 매트에서 자며, 이동 시에는 늘 휴대용 핫팩을 몸에 지닌 채 다닌다. 그런데 최근 연말을 맞아 잦은 술자리 탓인지 온수 매트 온도를 저온으로 맞추는 것을 깜빡 잊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리 피부가 붉게 변해 있었다. 뜨거운 열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옷에 닿을 때마다 따끔거리더니 물집이 잡혀 병원을 찾았다가 저온화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12월 중반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영하로 급격히 떨어져 집이나 사무실에서 개인용 난방기기나 소형 전열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금만 부주의하면 쉽게 화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보통 고온의 열을 통해서만 화상을 입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45℃의 정도의 열에도 지속해서 노출되면 화상의 위험이 있다. 이렇게 마치 데지 않을 것처럼 낮은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후 화상을 입는 것이 바로 ‘저온 화상’이다. 특히, 뜨겁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이 피부 깊은 속까지 열이 침투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사람의 피부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 오랜 시간 열에 노출되면 변형이 일어난다. 끓는 물의 온도인 100℃에는 닿기만 해도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48℃에서는 5분, 50℃에서는 3분, 60℃ 이상에서는 8초 정도 노출되면 단백질이 파괴되어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피부가 붉어지는 가벼운 증상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심하면 물집이 잡히고 괴사에 이를 수 있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유아나 노약자, 환자 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저온화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난방기구의 용도에 따른 적절한 사용이 필요하다. 전열 기구의 경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온수 매트나 전기 매트의 경우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그 위에 이불을 깔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원을 켜고 수면에 들지 않는 것이 좋으며, 전원을 켜둔 상태로 잠을 자야 하는 경우 반드시 저온으로 온도를 맞추거나 타이머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옷에 붙이는 핫팩을 사용할 때에는 우선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고, 피부에 직접 부착하지 않고 반드시 옷 위에 붙여야 한다.
만일, 저온화상이 발생한 경우, 시원한 수돗물이나 생리식염수 등을 이용해 화상 부위를 식혀주어야 한다. 충분히 열기가 식은 후에 연고나 크림을 발라야 하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고대 안암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저온화상은 작은 물집이나 발진 정도만 나타난다고 방치하거나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응급처치 후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또한, “전열 기구 사용 시 잠이 들면 온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음주 후나 당뇨 환자, 유아, 노약자는 전기매트나 온수 매트 사용 시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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