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중국 홍하이 그룹의 ‘이상한’ 행보다. 일본 샤프를 인수하고, 또 중국에 8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으며 11세대 신규 공장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덩치가 큰 핵심 고객에게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
15일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샤프의 삼성전자 납품 중단과 관련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촌평했다. TV 세계 시장 점유율 27%가 넘는 1위 고객에게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회사의 경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구조적으로 공급과잉의 늪에 빠진 LCD 시장 흐름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 세계 LCD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 후발 기업들의 난립 여파로 최근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반면 주요 소비 제품인 TV와 모니터 등은 그 시장 규모가 정체 또는 소폭 감소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약 10% 정도의 공급 초과가 이뤄지고 있고, 그 여파로 올해 초까지 시장 가격도 폭락을 거듭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글로벌 LCD 출하량은 올해 2억616만장으로 지난해 보다 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고급 제품을 중심으로 OLED가 약진하면서 내년 출하량 목표도 보수적인 2억584만 장으로 잡았다. IHS는 “중국 패널 업체인 BOE와 차이나스타가 꾸준히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한국과 대만 업체들의 출하량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적인 공급 과잉 시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7세대 공정이 있던 공장 설비를 중국에 매각하고 OLED 신설비로 채우는 것도 이런 시장 변화에 따른 조치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LG디스플레이 역시, 파주 신 공장 건물 대부분을 LCD가 아닌 OLED 생산에 사용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 과잉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약 6% 선으로 추산되는 샤프 패널을 대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주요 핵심 고객을 잃은 샤프의 생존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샤프는 전 세계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약 3%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이 27% 선이고 이 중 5~6%가 샤프의 패널을 사용한 제품임을 감안하면, 샤프는 약 1% 점유율 축소, 즉 매출 감소를 당장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샤프를 인수한 홍하이 그룹 궈타이밍 회장의 ‘독특한’ 성격을 지적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궈타이밍은 애플 아이폰을 제조하는 폭스콘의 모회사인 홍하이 그룹 회장으로, 과거에도 수 차례 ‘반한’ 정서, ‘반 삼성’ 정서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바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주주총회에서 “일본 기업과 손을 잡고 3~5년 안에 삼성전자를 꺾겠다”며 “일본인의 업무 진행과 의사소통 방식을 매우 좋아한다. 그들은 한국인과 다르게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고 언급,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아이폰에 비하면 갤럭시는 부끄러운 제품이니 갤럭시S3를 사지 말고 아이폰5 출시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한 바도 있다. 평소에도 한국인을 ‘가오리방쯔’라고 지칭하고, “배신자 삼성전자를 무너뜨리는 게 내 인생의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한다. 대만인으로써 과거 단교 및 LCD 독과점 자진 신고 등으로 한국, 그리고 삼성전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샤프가 패널 공급을 중단한다고 해서 당장 삼성전자 TV 생산에 별다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 업계에서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할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