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파월의 디자인혁신 선행조건
딕 파월(시모어파월 공동창업자)은 디자인혁신의 선행조건으로 ‘변화’와 ‘비전’, ‘관찰’을 강조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교한 비전을 제시하며 사용자를 유심히 관찰하는 자세가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파월은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에 마지막 연사로 참석했다. 파월은 ‘혁신을 디자인하다. 디자인은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주제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1000여명의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파월은 디자인(또는 디자이너)의 역할을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우리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라면서 “인류를 위해 보다 나은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을 위한 요소로 변화를 제시했다. 파월은 “혁신을 하려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디자이너는 변화로 숨을 쉬는 사람”이라면서 “반면 대기업은 변화를 거부하고 현재 하는 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혁신에 대한 열정이나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기업을 대형 젤리에 비유했다. 디자인혁신을 위해 좌우로 움직이지만 결국 원래 모양대로 되돌아 온다고 본 것이다.
파월은 신발업체 ‘닥터마틴’을 예로 들었다. ‘워커’로 잘 나가던 닥터마틴은 새 모델 ‘어반 아머(Urban Armor)’라는 혁신적인 신발을 개발했다. 또 다른 신발업체 ‘크록스’의 주력 모델과 흡사한 이 신발은 변화를 거부한 경영진의 결정으로 사장됐지만 크록스가 5년 후 출시해 대박이 났다.
파월은 닥터마틴의 패착을 ‘비전 부재’에서 찾았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한 비전이 없기 때문에 혁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비전은 정교해야 되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창의적이여야 하며, 창의성은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즉 통찰력은 관찰에서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어떻게 제품을 사용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관찰하라”고 강조했다. 자동차업체 ‘포드’와 협업으로 개발한 ‘트렁크 자동 개폐시스템’은 마트 주차장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라고 파월은 소개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