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릭 피스커 본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

“엔진도 그릴도 연료통도 없어진다.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 요소는 필요 없다. 이게 자동차 디자인 혁신의 기회다.”

BMW, 애스톤마틴, 포드 등에서 디자인을 총괄한 헨릭 피스커는 전기차가 몰고 올 자동차 디자인 혁명을 역설했다. 통념의 자동차 디자인은 모두 재정립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6 헤럴드디자인포럼] “그릴도 엔진도 연료통도 불필요… 전기차는 디자인 혁신 몰고온다”

헨릭 피스커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에서 ‘자동차 디자인, 혁신에 한계는 없다’는 주제로 강연을 열고 “앞으로 10년 내에 기존 자동차 회사 중 3~6곳이 사라지고 전기차를 앞세운 새로운 자동차 회사가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헨릭 피스커는 최근 본인의 이름을 딴 회사 ‘피스커’를 설립,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브랜드를 떠나 자동차 디자인이 대동소이한 건 이미 현재 자동차 디자인이 ‘완벽할 만큼’ 연료엔진 모델에 최적화돼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연료엔진이란 기술이 변하지 않는 한 디자인 혁신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자동차회사만 디자인 차별화에 흥분할 뿐 정작 소비자는 차이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기차엔 그릴이 없고 엔진ㆍ연료통도 필요없이 하단에 평평한 베터리만 있으면 된다”며 “현 자동차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전기차엔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도 디자인 혁명을 몰고 올 요소로 주목했다. 그는 “그릴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가 장착되고 인테리어 공간도 비행기 1등석처럼 갖춰야 한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디자인에서 여러 흥미로운 가능성을 선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제 개발 초기단계부터 디자인과 신기술을 결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헨릭 피스커는 “화장하듯 디자인을 입히는 게 아니라 초기부터 디자인과 공학이 함께 할 때만이 디자인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의응답에선 포럼에 참석한 자동차디자이너 지망생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헨릭 피스커는 이들에게 “여행 등 일상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고, 컴퓨터 그래픽을 넘어 실제 클레이(clay) 모델을 통해 보고 만져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