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시+고태용 & 러브그로브+김진식 ‘프리미엄토크’
이종업계 협업 시너지 경험 공유 아날로그·디지털 ‘디자인 콜라보’ 순수·단순한 표현의 지속성 설파
“경계선은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누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계선이라는 게 명확하게 선으로 그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8일 디자인 거장 8인의 강연으로 꾸며진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의 막이 내린 뒤 오후 6시~오후 8시 30분까진 VIP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토크’가 진행됐다. 주제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디자인의 지평을 넓히다’다. 4인의 디자인 구루가 서로 자신의 디자인 철학ㆍ경험을 나누며 참가자들과 디자인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첫 세션에선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는 ‘콜라보의 힘’을 주제로 이태리 주방ㆍ생활용품 브랜드 ‘알레시’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베르토 알레시와 패션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의 대표 고태용 디자이너가 토크의 발제자로 무대에 올랐다.
알베르토 알레시는 다양한 디자이너와의 제품 디자인 컬래버레이션을 사례로 들며 ‘경계선의 이론’에 대해 언급했다. 알레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고 했을 때 경계선의 안은 고객들이 이 프로젝트를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이며, 경계선 밖은 프로젝트 중에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며 “경계선에 서 있다고 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가 있다. 어느 정도 무게를 싣게 되면 불가능의 영역으로 넘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알레시는 스스로를 “경계선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가령 제품이 점차 균질한 방향으로 향하는 대량생산은 ‘넘어져서 불가능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리스크는 피할 수 있지만, 똑같은 제품을 찍어낸다는 의미없는 생산활동으로 귀결된다. 그는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선에서 어떤 제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 제품은 혁신적인 제품일 수 있고 우리의 시장에 있어서 독점적인 지위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업에 굉장히 많은 이득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경계선을 걷는 것엔 리스크가 존재한다. 스스로 “성공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고 자신한 알레시는 그 배경에 대해 “리스크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나는 농담으로 ‘ 재난과 사건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며 “리스크를 통해 머릿속을 환기시키고 경계선이 어디었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사건을 통해 발전한 감수성과 직관을 다음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디자이너 고태용은 패션에서부터 자동차, 푸드트럭 등 영역을 넘나들며 그가 진행해 온 ‘컬래버레이션’들을 소개하며 이종업계의 협업이 어떠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고태용은 “내가 선글라스를 만들려면 선글라스 공장을 찾아야 하고 자전거를 만들려면 자전거의 소재부터 부품까지 연구를 해야 하지만 컬래버레이션은 이를 구현시켜주는 작업”이라며 “이것이 컬래버레이션이 주는 매력”이라고 했다.
두 번째 세션에선 ‘혁신과 가치창출의 원천, 콜라보의 성공스토리’를 주제로 산업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와 가구디자이너 김진식이 참여했다.
로스 러브그로브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성’을 강조했다. 로스는 3D프린터를 처음 디자인에 적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3D프린터의 출시 초창기부터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디자인의 ‘콜라보’를 구현했다. 최근에는 3D프린터 외에도 첨단 과학장비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성을 구현하고 있다.
로스는 자동차기업 르노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르노 X 로스 러브그로브(Renault X Ross Lovegrove)’ 트윈즈(Twinz) 차량을 예로들며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풀어냈다. 그는 “사람의 모습을 닯은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며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유기적인 모습을 직접 보고 듣고, 여기서 느껴진 감흥을 담아두고 싶었다. 자동차가 사람처럼 숨을 쉬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철학속에 탄생한 트윈즈는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은 천장과 어디에 보든 모양에 일정함이 없는 차체를 갖췄다. 항상 숨쉬고 다르게 변화해가는 유기체같은 역동성이 녹아 있는 게 특징이다.
세션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진식 디자이너는 ‘사물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법’을 얘기했다. 그는 “디자인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는 디자인 작품이 얼마나 순수하고 단순하게 표현되는가에 달려있다”고 했다. 김 디자이너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디자인 매거진인 ‘월페이퍼’는 그가 한 호텔에 설치한 ‘미니골프 코스’를 이달의 디자인으로 선정했다.
손미정ㆍ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