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육영재단 전횡의혹 최순실 미르·K재단 이권개입 거액 부동산축적도 닮은꼴 사정당국 비호의혹도 유사 대통령은 “사적으로 가까울뿐”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국정 개입이 실체로 드러나면서 그의 아버지 최태민 씨의 과거 행적 또한 주목받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최태민ㆍ최순실 부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자신들의 경제적ㆍ사회적 이권을 취함으로써 대를 이은 비선 실세의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재단법인을 통한 개인 비리 의혹이 닮은꼴이다.

재단통한 비리·富축적·이권개입… 최태민-최순실 대물림 ‘평행이론’

월간지 ‘여성중앙’ 1990년 12월호 기사는 최태민 씨가 육영재단을 10년간 전횡해온 의혹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자신들을 ‘숭모회’라고 밝힌 단체가 1990년 10월 28일 최태민 씨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유는 당시 육영재단의 고문을 맡고 있던 최태민 씨와 박근혜 당시 재단 이사장이 10년 가까이 육영재단을 전횡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해 11월 3일 박근혜 이사장은 돌연 사표를 냈다. 박 당시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최태민 씨의 재단 운영 개입에 대해 “내가 누구로부터 조종받는다는 말은 나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그해 11월 15일 박근혜 이사장의 동생인 박근령 씨가 신임 이사장 자리에 올랐고 재단운영권 파문은 잠잠해졌다. 그로부터 26년이 지난 2016년, 최태민 씨의 딸 최순실은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만든 미르ㆍK스포츠 재단을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의 정점에 서 있다.

부동산을 통한 거대한 재산 축적 의혹 역시 대물림 흔적이 뚜렷하다. 최태민 씨는 1980년대 박근혜 당시 영애와의 관계를 내세워 재벌들로부터 거액의 협조를 부탁해 번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고(故) 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은 월간지 ‘현대종교’ 1988년 6월호에서 “그(최태민)는 사무실에 앉아서 재벌급 기업인들에게 전화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일과였다”며 “재벌들은 모두 깜빡 죽는 시늉까지 했다. 최 씨는 그 엄청난 돈을 챙겨 아현동 고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 건물을 매입했다”고 증언한다. 딸 최순실 씨 역시 1980년대 말부터 강남 일대 부동산을 매입한 후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미승빌딩을 포함해 수백억원 대 부동산 자산 소유자가 됐다. 최순실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 역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7층짜리 빌딩과 강남구 도곡동의 고급 빌라 등을 소유한 부동산 거물로 확인됐다.

사정당국의 비호 의혹도 닮았다. ‘현대종교’ 1988년 6월호에서 고 탁 소장은 “필자가 최태민 씨의 내막을 발표하려고 하자 당시 중앙정보부의 모 과장이 찾아와 ‘그 사건을 파헤치면 신상에 좋지 않다. 영애가 관련된 일이니,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신상에 유리하다’고 협박을 하고 돌아갔다”고 증언했다. 지난 2007년 6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태민ㆍ최순실 일가와 박근혜 당시 후보와의 관계를 폭로했던 김해호(67)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형의 옥살이를 했다. 또 “최순실의 국정개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밝힌 박관천(50)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최태민ㆍ최순실 부녀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응 또한 비슷하다. 최태민 씨의 재단 운영 개입과 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적으로 가까운 사이”, “내가 어려울 때 도움 주던 사이”라며 개인적인 관계로 선을 긋고 있다. 여전히 공식적인 국정 개입에 대한 인정은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구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