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순실이 국민 연금까지 갉아먹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국민연금이 울상이다. 대내외 증시 상승 모멘텀(동력)이 불투명한 가운데, 최순실이 방산업에 관여했다는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겹쳐 2조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파문’에 국민연금 2조 날렸다

▶ 2조 날린 국민연금…‘방산주’ 낙폭 커 = 4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순실 파문’이 불거진 지난달 25일부터 전날까지 국민연금의 주식 평가손실은 2조14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된 지분상으로 지난 10월25일 92조1574억원에 달하던 평가액은 전날 90조102억원으로 감소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삼성물산(-1923억원), POSCO(-1105억원), 한국항공우주(-1042억원), KB금융(-1035억원), 한화테크윈(-928억원), NAVER(-924억원) 순으로 손실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손실을 입힌 삼성물산(지분율 6%)은 국민연금의 평가액 규모(전날 기준)로는 9번째에 해당하지만 주가가 10.05% 급락하며 손실액이 급속히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 대비 손실액이 가장 큰 종목은 한화테크윈(지분율 12%)과 한국항공우주(지분율 9%)이다. 최 씨가 일부 방위산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들 주가는 급락했다.

평가액 규모 순위가 48위(10월25일 기준)이던 한화테크윈은 3분기 어닝 쇼크 우려가 더해져 22.91% 하락했고, 30위이던 한국항공우주 역시 16.13% 떨어졌다.

국민연금의 지분보유가 공시된 종목(550개) 중 412개 종목은 하락한 반면, 138개 종목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종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지분율 8%)이다.

삼성전자는 ‘최순실 파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해 국민연금이 오히려 2240억원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평가이익이 삼성물산의 손실액을 넘어선 셈이다.

‘최순실 파문’에 국민연금 2조 날렸다

▶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은 ‘브렉시트’ 수준 = ‘최순실 파문’으로 국내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발생한 지난 6월 24일 이후 닷새 동안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서 2조394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시된 지분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은 브렉시트 당일에만 2조6937억원에 달했다.

‘최순실 파문’ 이후 삼성물산의 평가손실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속적으로 삼성그룹주에 휘청이는 국민연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11일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단종하기로 결정하면서 주가가 8% 넘게 급락해, 국민연금이 하루만에 1조600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올해 초에는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증시 쇼크와 미국 증시 불안 등으로 2주만에 삼성전자로 인한 평가손실만 1조344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로 2개월(6월말~8월말) 동안 6583억원어치가 증발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다음 주 투자위원회를 열고 총 1조 원 안팎의 자금을 맡길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위탁 계약을 맺은 기존 운용사가 선정되면 이르면 14일부터 자금 집행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