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 등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일부 대기업 노조가 적극적으로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현대미포조선(위)과 르노삼성자동차 ‘2016 임단협 조인식’ 모습
현대미포조선·르노삼성차 등
권익보다 일자리 지키기 절박
노사 공동수주단 구성 제안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 적극적
수주절벽, 내수절벽 등의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 노조가 적극적으로 협력적 노사관계 형성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파업을 통한 ‘조합원 권익 향상’보다는 업황 부진 속에 ‘조합원 일자리 지키기’가 더욱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태풍이 불고 있는 조선업계에선 현대미포조선이 대표적이다. 선박 수주 가뭄이 해갈되지 않자 노조가 앞장서 “수주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최근 유인물을 통해 “신규 수주가 이어지지 못한다면 더 힘든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에 안주해서는 고용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일감 확보만큼은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나아가 ‘노사 공동 수주팀’을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해놓은 상태다.
일감 마련을 위한 노조의 움직임은 현대미포조선의 저조한 수주 실적에서 그 절실함이 느껴진다. 현대미포조선이 올해들어 지난 9월까지 수주한 금액은 2억2400만달러.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나 줄어든 수준이며, 올해 수주 목표 30억달러 대비 7.4%에 그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굉장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생존을 위한 발버둥을 치는 상황에서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인상적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지난 9월 내수 판매는 전년 동월대비 13.8% 감소하고 수출 역시 전년 동월에 비해 24%나 줄어드는 등 ’내수절벽‘과 ‘수출절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파업으로 역대 최대 생산 차질을 빚은 현대자동차 노조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지난 19일 르노삼성자동차 임단협 조인식에 참석한 박동훈 사장은 “노사 간 힘겨루기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올해 임단협을 타결 지으며 르노삼성에 대한 고객과 시장의 신뢰가 한 층 더 올라갔을 것으로 본다”며 노조에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로써 르노삼성자동차는 선발 업체들의 부진 속에 SM6와 QM6를 발판 삼아 ‘내수 3위 탈환’t을 위해 전력 질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노조도 그 동안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합원의 생존권 보호에 전력 투구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 매각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을 찾아 조합원의 생존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인수처 선정 요청과 함께 임단협 교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해 노조의 최장기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 등으로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에는 노사가 함께 희망콘서트도 열고 주말농장도 공동으로 운영하는 등 화합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원 고용 보장을 최우선시 하면서 노조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회사가 어렵다”는 점이다. 업황 부진, 매각 등의 이슈로 조합원의 고용이 불안하다는 것도 유사하다. 그리고 업계 대표 기업이 아니라 후발 기업으로 생존을 위한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펼쳐야 하는 것도 공통된 입장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여전히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올해 파업 건수는 총 93건에 이르렀으며,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123만9000일에 달하고 있다. 이는 10년래 최장 기록이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