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정서 나타났던 디자인언어 소개 예정

“디자이너란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죠.”

‘물성을 연구하는 디자이너’란 별명을 지닌 김진식(33)은 디자이너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디자인은 사물과 사용자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생산자 사이 공감대를 만들고 접점을 만드는 지점이니, 디자이너는 이들의 ‘커뮤니케이터’란 게 그의 생각이다. 디자이너가 속한 시대의 산업과 기술수준을 포용하면서, 사용자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6 헤럴드디자인포럼] 김진식 “사용자와 공감대 형성 위해  디자이너는 계속 질문던져야”

기술의 발전에 함몰된 생산자에서 한 발 벗어난 채,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과 공감대를 주는지 고민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란다. “왜 그렇지?”, “이것의 근원은 뭘까?” 그는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의 프리미엄토크 연사로 나서는 그를 석관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연작 시리즈인 하프하프(Half Half) 목업(moke upㆍ실물사이즈 모형)이 어지러운 가운데, 벨기에 인테리어 비엔날레 2016 출장 준비가 한창이었다.

김진식은 스위스 로잔 예술대학(ECAL)에서 석사를 이수하고, 크리스토플, 에르메스, 네슬레, 볼론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품 및 선행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서미갤러리의 전속작가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한 작업은 영국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Wallpaper)와 콜라보로 제작한 미니골프다. 호텔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자는 주제를 놓고 스웨덴의 200년된 바닥재 회사 볼론의 제품을 활용해 미니골프 코스를 제작했다.

스위트룸에서나 만날 수 있던 작은 사이즈의 골프코스가 아니라 여럿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디자인 했다.

김진식의 미니골프는 총 다섯개 홀로, 각 홀의 사이즈는 직경 2m 수준으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비닐 직조로 독특한 질감과 색감을 자랑하는 볼론의 바닥재는 훌륭한 골프코스로 변했다.

호텔에 들어가는 아이템이라는 주제에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의자, 수납장, 협탁 등을 떠올린 반면 김진식은 골프코스라는 독특한 선택을 했다.

그는 “볼론의 공장에서 제작과정을 보니, 있는 것을 활용해 충분히 제작 가능하겠다고 봤다”며 “제조사가 디자이너에게 콜라보를 요청할 때는 자신의 기술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김진식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해외 제조사와 컬래버레이션할 때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회사의 태도를 꼽았다.

“제 모형을 보고 원래 디자인을 100% 지켜서 만들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프로세스의 제약으로 인해 디자인 변경을 요청하기보다 생산프로세스에 근접하게 풀어보자고 접근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회사와 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킨 그는 이번 프리미엄 토크를 통해 협업과정에서 나타났던 디자인랭귀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는 “영국 산업디자이너인 로스 러그로브와 함께 선다는 것이 부담은 부담이다”면서도 “그보단 제 이야기를 하며 경험을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저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헤럴드디자인포럼 프리미엄토크는 국내 주요기업 임원과 VIP등 70여명의 소수참가자로 진행되는 세션이다. 연사들과 대화는 물론 디자인 업계 네트워킹의 장이기도 하다. 오는 11월 8일 오후 6시 그랜드하얏트서울 리젠시룸에서 열린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