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이세진 기자]좁혀지나 했더니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온 두 사람 지지율 격차입니다. 부동산 재벌 출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그리고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입니다.

최근 14개월 간 미국 각 기관ㆍ미디어 등은 319 차례의 여론조사를 통해 양대 후보 지지율을 매겼습니다. 허핑턴포스트가 이를 종합한 결과를 톺아보니 이 격차는 7월 22일 2.5%포인트(P)까지 줄었습니다. 트럼프(42.3%)가 힐러리(44.8%)를 바짝 쫓는 모양새였죠.

TV토론 두 번을 끝낸 이달 9일(현지시각), 지지율 차는 7.3%P로 벌어졌습니다. 여론 향배로 보면 클린턴이 승기를 잡은 것 같습니다. 선거일은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납세문제에 이어 ‘음담패설’ 구설수까지, 트럼프는 이제 사면초가에 빠진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대표적 공화당 지지 ‘슈퍼리치’ 멕 휘트먼 휴랫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조차 “부정직한 선동가”라고 일갈한 이 부동산 재벌은 지지층 결집에 도움 될 든든한 뒷배(?)를 갖고 있습니다.

▶출고가능)[슈퍼리치]91조 재벌가 업은 ‘2인자 라인’…트럼프의 ‘믿는 구석’?-copy(o)1

먼저 그가 선택한 부통령 후보입니다. 마이크 펜스 전 인디애니 주지사죠. 그리고 천문학적 자산을 가진 부자도 있습니다. 부통령 후보가 되기 전부터 펜스를 지원해 온 미국 2위 부자 가문 코크(Koch) 형제입니다.

▶ 10명 중 3명 “부통령 봐서 트럼프 찍겠다”=국내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만, 지난 4일(현지시각)엔 공화ㆍ민주당 부통령 후보 간 토론이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가 토론 후 이틀 간 점검한 유권자 반응은 흥미롭습니다.

우선, 공화당 진영 부통령 후보의 ‘존재감’이 드러났습니다. 응답자 32%는 “마이크 펜스를 지지하기 때문에 트럼프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후보를 제치고 ’러닝메이트‘를 봐서 최종 결정 하겠단 유권자가 10명 중 3명을 넘겼단 뜻입니다.

▶출고가능)[슈퍼리치]91조 재벌가 업은 ‘2인자 라인’…트럼프의 ‘믿는 구석’?-copy(o)1

민주당 쪽은 어떨까요. 클린턴이 지명한 부통령 후보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을 보고 클린턴을 뽑겠다는 응답자는 9%에 그쳤습니다. 사실상 이 토론에서 펜스가 이긴 셈입니다. CNN이 “펜스가 트럼프 지지자에게 새 동력을 불어넣으며 (트럼프 진영 지지율) 추락을 막았다”고 평한 이유입니다.

이렇듯 트럼프를 수렁에서 건져올리고 있는 펜스는 1959년 인디애나 주(州)서 태어났습니다. 80년∼90년대 꾸준히 의회 문을 두드린 그는 2000년 하원에 입성해 12년 간 공화당에서 정치 경력을 키웠습니다. 2012년 인디애나 주지사에 당선돼 자리를 옮긴 펜스는 지난 7월 트럼프의 지명으로 부통령 후보가 됐죠.

▶ 부통령 후보 뒤 ‘든든한’ 후원자는=37억달러(4조1400억원)를 가진 트럼프에 상대(?)는 안 되지만, 펜스 또한 자산 200만달러(22억원)를 쥐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뛰어넘는 부자인 셈입니다.

그런데 트럼프나 펜스의 자산을 합친 것 보다 수십 배 이상의 부(富)를 쥔 재벌이 그들 뒤에 있습니다. 코크 가문입니다. 자산만 820억달러(91조8200억원)를 쥔 집안입니다. 찰스 코크(81)와 그의 동생 데이비드 코크(76)가 이끌고 있죠. 형제 모두 미국 10대 부자에 속했습니다.

둘은 아버지 프레드 체이스 코크(Fred Chase Koch)가 1940년 세운 코크 인더스트리(Koch Industries)를 물려받아 석유정제ㆍ화학ㆍ송유 등 대규모 에너지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 형제 회사가 보유한 송유관 길이만 미국 전역에 걸쳐 6400㎞에 달합니다.

▶출고가능)[슈퍼리치]91조 재벌가 업은 ‘2인자 라인’…트럼프의 ‘믿는 구석’?-copy(o)1

코크 가(家)는 월마트로 유명한 월튼 가에 이어 미국에서 두번째로 재산이 많은 가문입니다.

집안 대대로 골수 공화당원인 그들은 선거 때마다 공화당 진영을 도왔습니다. 2012년 대선 때는 공화당 진영에 2억4000만 달러(2597억원)를 지원했죠.

중요한 건 이 집안과 펜스의 관계입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펜스는 하원의원 시절인 2000년대 초반부터 십 수년 간 코크 형제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실제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 팔로우 더 머니(Follow The Money)에 따르면 현재 데이비드 코크가 펜스에게 개인자격으로 준 돈만 30만달러(3억4000만원)입니다. 펜스를 돕는 개인 후원자 가운데 세 번 째로 많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가문 이름으로 행사하는 자금력은 30만 달러의 3000배를 넘나듭니다. 코크 측이 올해 공화당에 쓰기로 한 돈은 8억8900만달러, 우리 돈 9952억원 이상입니다.

▶ 이미 2700억여원 공화당에…“트럼프 싫다”는 말 뿐?=코크 형제가 내 놓기로 한 1조원 가까운 정치후원금은 지금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7월 기준 2억5000만달러(2798억원)가 집행됐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모두 공화당 지지단체들을 향했습니다.

물론 코크 형제는 틈 날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왔습니다. 심지어 지난 7월엔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구를 지지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만약 암(Cancer)이냐 심근경색(Heart Attack)이냐를 놓고 투표하라고 하면 반드시 한쪽을 골라야 하나”고 반문하기도 했죠.

▶출고가능)[슈퍼리치]91조 재벌가 업은 ‘2인자 라인’…트럼프의 ‘믿는 구석’?-copy(o)1

그러나 이 재벌 형제의 돈은 모두 트럼프 진영을 간접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또 하나. 10년 이상 된 코크형제와 펜스 간 관계가 나빠졌단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부통령 후보는 여전히 트럼프를 굳게 지키고 있습니다.

10일 트위터에 “러닝메이트 도널드 트럼프가 토론에서 이겼습니다. 당신과 같이 있는 게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남긴 그는 11일(한국시각), 대통령 후보와 한 배에 탔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선거일까지) 28일 남았습니다. 트럼프와 저는 우리 모두를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릴 것입니다”

이미지. 이해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