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공항 폭발물 드론 침투 시도에 경고음

사이버·사보타주 등 공격 수위 갈수록 높여

“대가 치르게 하지 않으면 계속 밀어붙일 것”

트럼프 대러 정책도 나토 대응 셈법 복잡하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이 발동될 수 있는 문턱 바로 아래에서 공격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유럽의 기존 억제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사이버 공격과 사보타주, 드론 침투 등 전면전의 명분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유럽 사회를 교란하는 러시아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공격의 경계선이 계속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국방·정보 당국자들은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폭발물 드론 공격 시도를 기존 억제 방식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된 이 침투는 드론이 폭발하기 전 저지됐지만, 당국자들은 유럽이 이제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FT는 이번 사건을 한층 거세지는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세에 대한 “혹독한 경종”이라고 평가했다.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헌장 5조의 발동 임계점 바로 아래에서 벌어지는 공격을 억제하지 못한 나토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서방의 한 고위 국방 당국자는 “나토 헌장 5조 발동 직전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충분히 조처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러시아의 재래식 공격과 핵 도발을 막는 억제력은 충분하지만 하이브리드전에 대한 접근방식은 정말로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년간 대리세력과 정보기관을 활용해 유럽 영토에서 허위 정보 유포, 사이버 공격, 화염병 투척, 정치인 자택 공격, 해저케이블 절단 등 다양한 공작을 벌여온 것으로 지목된다. 독일 정부는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드론 침투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으나 러시아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하이브리드전은 스파이나 외주세력을 활용해 상대국 사회를 교란하면서도 공격 주체를 부인할 여지를 남기는 방식이다. 비용은 적게 들지만 사회적 혼란은 크게 일으킬 수 있고, 재래식 무력 공격의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 상대방에 전면전의 명분을 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군사교리 전문가 키어 자일스는 “무엇이 나토 헌장 5조 발동 요건에 저촉되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문제”라며 “그 경계가 설정되지 않는 한 러시아는 경계를 계속 넓혀갈 것이고, 우리가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처벌받을 걱정 없이 유럽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나토가 하이브리드전에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고 집단방위 발동 기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러시아 정책도 나토의 대응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FT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러시아의 나토 동맹국 공격에 강력히 경고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을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라이프치히-할레 공항 드론 침투를 러시아가 공격의 경계선을 높이는 분수령으로 평가하면서 독일이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는 데 4주나 걸렸다는 점도 비판했다. 러시아의 무모한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이 오히려 추가 도발의 여지를 줬다는 것이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의 찰리 에드워즈 선임연구원은 “독일이 라이프치히-할레 사건 뒤 즉각 조처하지 않았다는 건 실로 놀랍다”며 “독일은 대응책을 마련할 때 ‘러시아의 추가 도발을 자극하지 않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라며 여전히 재고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