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 글로벌 IT산업 판도 흔들어
구글·페이스북·딥시크 등 공룡기업 모태
국내도 4대 과기원 중심 창업사례 줄이어
KAIST, ‘입학부터 창업’ 활성화 역량집중
UNIST, 산학 잇는 ‘창업사다리’ 구축속도
DGIST, ‘살아남는 딥테크 기업’ 육성 초점
GIST, 창업 후 코스닥 상장 성공사례 나와
구글과 페이스북(현 메타),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판도를 바꾼 이들 기업에는 대학에서 싹튼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서도 대학생 창업이 단순한 아이디어 사업을 넘어 첨단기술을 무기로 한 ‘딥테크 창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로봇과 AI, 바이오, 우주항공 등에서 성공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간 창업휴학과 학점 인정에 그쳤던 지원을 입학 단계부터 창업교육→시제품 제작→법인 설립→투자유치→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체계로 확대하고 있다.
▶KAIST ‘입학부터 창업’…학업·창업 경계 허문다=KAIST는 배충식 총장 취임 이후 학생창업 활성화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핵심은 ‘입학부터 창업’이다.
신입생 때부터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경험하고 문제와 아이디어를 발굴해 기술·제품으로 발전시킨 뒤 시장에서 검증하는 과정까지 경험하도록 교육체계를 바꾼다. 학생들이 실제 창업에 뛰어들었을 때 학업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창업휴학 기간을 확대하고 창업실습을 학사학위논문 대체 요건에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배충식 총장은 “기초연구부터 기업과의 공동연구, 창업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고 입학부터 창업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회적 가치로 연결하는 역량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KAIST 학생창업은 2021년 125개, 2022년 117개, 2023년 79개, 2024년 83개, 지난해 101개를 기록했다. 대표 사례가 사족보행 작업로봇을 개발한 ‘디든로보틱스’다.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실 출신 연구자들이 창업한 이 회사의 ‘디든 스파이더’는 자석발을 이용해 선박 내부의 단차와 장애물을 넘고 수직 벽면과 곡면 강판까지 이동한다. 지난 5월 실제 조선소에서 무인 자율작업 시험을 완료한 데 이어 7월에는 국내 조선사 2곳과 유럽 조선사 1곳 등 3개사와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KAIST 여성 과학자 4명이 설립한 ‘이너시아’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자체 소재·기술을 적용한 유기농 생리대에서 출발해 입는 오버나이트와 여성청결제 등 여성 헬스케어로 사업을 확대했다. 매출은 2022년 약 2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약 198억원으로 급증했고 누적 판매량은 4200만장에 달한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지속해서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UNIST, 창업 아이디어부터 100억원 투자유치까지=UNIST는 연구실 기술과 학생 아이디어를 실제 기업으로 연결하는 ‘창업 사다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비창업부터 초기 사업화, 투자유치와 해외시장 진출까지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근 5년간 UNIST 학생들이 설립한 창업기업은 52개다. 학생들은 최대 8개 학기까지 창업휴학을 할 수 있으며 직접 창업에 뛰어든 경험을 졸업요건인 인턴십 3학점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예비창업 단계에서는 실험실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는 ‘울산 창업 L시리즈’를 비롯해 공공기술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TeX-Corps), 이노테크 발굴 및 창업지원, 고객·시장 발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도시환경공학부를 졸업한 김시화 대표가 2022년 설립한 ‘바인드’가 대표 사례다. 30·40대 남성을 겨냥한 패션 커머스 플랫폼 ‘애슬러’를 운영하며 회원 300만명을 확보했다. 지난해 약 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4월에는 약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UNIST 창업원장은 “대학 연구실에서 나온 기술과 아이디어를 단순한 창업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제 법인 설립과 시장 진입,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DGIST, 배양육·핸드트래킹…‘살아남는 딥테크’ 키운다=DGIST는 단순히 학생창업기업 숫자를 늘리는 대신 시장에서 ‘살아남는 딥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5년 학생창업기업 3개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누적 55개 기업이 설립됐다. 재학·휴학 중 창업뿐 아니라 졸업 후 1년 이내 기업을 설립한 경우도 학생창업으로 인정한다.
초기 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인 자금 문제에도 직접 대응한다. ‘DGIST-Tech’를 통해 사업 초기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민간투자 연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DGIST-TIPS’로 투자유치를 돕는다.
배양육 스타트업 ‘씨위드’는 DGIST 수업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기업으로 발전한 사례다. 처음에는 한국인의 해조류 섭취 문제에 착안해 ‘저요오드 해조류’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후 관련 기술을 배양육으로 확장했다. 현재 줄기세포와 스캐폴드(지지체), 배양액을 직접 생산하며 바이오소재·식품·코스메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창업기업 ‘퀘스터’는 초정밀 핸드트래킹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손의 움직임을 빠르고 정밀하게 추적하는 글러브를 개발했다.
이정우 퀘스터 대표는 “피지컬 AI 시대에 필수적인 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권오상 DGIST 혁신창업원장은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창업팀이 실제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GIST, 학생창업에서 ‘코스닥 상장’까지=GIST에서는 학생창업기업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주인공은 AI 기반 뇌 영상 분석 기술을 사업화한 ‘뉴로핏’이다. GIST 학부생들이 창업한 뉴로핏은 지난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국내 뇌 영상분석 AI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확대하며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무인 비행선 기반 성층권 통신 플랫폼을 개발하는 항공우주 스타트업 ‘이카루스’도 주목받는다. 기계공학과 석사 출신 이종원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장기간 체공할 수 있는 무인 비행선을 성층권에 띄워 통신망을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위성이나 지상 기지국 대비 비용을 크게 낮춘 초고속 통신 서비스 구현이 목표다.
GIST는 창업교육과 모의창업, 창업동아리에서 시작해 시제품 제작, 멘토링, 투자유치까지 연결하는 단계별 지원체계를 운영한다. 초기 창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홍보, 소모품·재료 구입, 특허출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학생창업지원금도 제공한다.
우수 창업팀에는 해외시장 진출 기회도 제공한다. 시장·규제 진단과 영문 IR 고도화, 현지화 컨설팅, 해외 실증(PoC),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하고 해외 벤처캐피털(VC)과 기업·대학 네트워크도 연결한다.
권인찬 GIST 과학기술혁신단장은 “선배 창업기업의 성장 경험을 후배 창업자에게 연결하고 학생들이 연구성과를 논문이나 특허에 머물지 않고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