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호르무즈해협에 군수지원함 소양함과 최신예 P-8A 해상초계기 등 비전투 군사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을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오는 8일 파리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다자적 기여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파병이 성사된다면 2004년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견 이후 22년 만의 분쟁지역 군사 기여가 된다.

분쟁 연루와 장병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당연히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호르무즈 사안을 과거의 단순한 ‘파병 찬반’ 이분법으로 다툴 수는 없다. 세계 안보질서의 거대한 전환 속에서, 우리 군의 역할 역시 한반도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적극적인 국익보호에 참여하며 세계의 안정과 평화에 능동적으로 기여하는 성숙한 지평으로 확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일률적 개입을 줄이고 동맹에 실질적 안보 분담을 요구하는 소위 ‘거래적 동맹체제’로 급격히 선회했다. 안보·통상·첨단기술 공급망을 하나로 엮는 것이 미국의 동맹 정책이다. 호르무즈에 대한 한국의 기여 역시 대미 투자와 관세, 연합방위태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핵심 현안과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호르무즈는 결코 남의 바닷길이 아니다. 원유와 가스 수입의 핵심 통로이자 민생 경제의 대동맥이다. 해상교통로 안전을 확보하고 국익보호 활동에 나서는 것은 동맹의 요청을 넘어, 국가의 경제안보와 생명선을 지키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평화 유지에 기여하기 위해 우리 군이 감당해야 할 당당한 책무다.

따라서 이번 파병 검토는 수동적으로 응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치밀한 전략적 ‘패키지 딜’의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비전투 군사기여를 통해 역외 안보 책임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되, 이를 지렛대 삼아 핵심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 북·미 대화 국면에서의 한국 패싱 방지, 핵 확장억제 실행력 담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핵추진잠수함 사업 등 사활이 걸린 과제들을 테이블에 올려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는 능동적 외교안보가 요구되고 또 기대된다.

이를 위해 정부 내부의 칸막이부터 없애야 한다. 반도체·조선·배터리·원전 등 우리의 전략 자산을 종합적 협상력으로 통합하고, ‘자주 대 동맹’이라는 낡은 이념 틀을 넘어 실사구시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철저한 군사적 리스크 관리도 필수적이다. 비전투 영역으로 임무를 명확히 제한하고, 이란 측에도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항과 자국민 보호를 위한 합목적적 조치임을 투명하게 설득해 외교 마찰을 차단해야 한다. 장병 안전을 담보할 방호와 비상 후송체계 구축은 기본 전제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새로 부임하는 국방장관의 역할은 막중하다. 신임 장관은 미래 전장 환경에 맞춘 국방개혁 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동시에, 호르무즈 파병이라는 복합 안보 현안 앞에서도 현명하고 당당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 군이 국가 번영과 국민 안전을 굳건히 수호하는 강군으로 도약하도록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22년 전 자이툰 파병 당시의 소모적 진영 정쟁을 되풀이할 여유는 없다. 호르무즈에 대한 기여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승화시킬 때, 이는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함은 물론, 한·미동맹을 상호 책임과 실질적 이익에 기반한 미래형 동맹으로 한 단계 격상시키는 결정적 돌파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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