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업체 재하도급에 전원도 안 끄고 작업…피해액 3511억”
“소방 조사 거부·늑장 주수소화…관련자 정직 등 중징계 요구”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지난해 9월 국가 주요 정보시스템 709개를 마비시키며 대규모 행정 대란을 부른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센터 화재는 전기 공사 무등록 업체의 불법 재하도급 시공과 현장 안전 관리 태만이 빚어낸 ‘총체적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더욱이 화재 발생 당시 국정자원 측은 전산망 손상을 우려해 소방 당국의 진화용 물 분사를 가로막는 등 기초적인 초동 대응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 및 대응·복구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위법·부당 사항 18건을 적발해 행정안전부에 담당 팀장 ‘정직’ 등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화재 피해 규모는 건물·시설 손실 등 직접 피해(1017억원)와 업무 자료 소실, 공무원 생산성 손실, 시민 기회비용 등 간접·무형적 피해(2494억원)를 합쳐 총 35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감사 결과, 화재 발단이 된 지하층 리튬 배터리 이전 공사는 불법 하도급과 무자격 시공으로 얼룩져 있었다. 원청 시공사들은 공사를 무단 하도급했고, 하청 업체는 배터리 랙 해체와 재설치 작업을 전기 공사업 등록조차 되지 않은 무등록 업체 2곳에 불법 재하도급했다. 국정자원은 외부 인력 투입 보고를 받고도 자격이나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무등록 업체 작업자들은 배터리 랙 8개 중 1개만 전원을 차단하고 케이블 절연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해체 작업을 강행했고, 결국 배터리 랙 사이에서 불꽃이 튀며 대형 화재로 번졌다.
화재 발생 후 초동 대처는 부실을 넘어 혼선을 키웠다. 관리원 측은 매뉴얼에 명시된 전산실 전원 차단과 방수포 설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출동한 소방 당국에 “전산망 손상이 우려된다”며 주수소화(물 분사) 자제를 요청했다. 결국 배터리 열폭주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뒤에야 화재 발생 3시간 만인 오후 11시13분에야 주수소화가 이뤄졌다.
사전 예방 기회도 스스로 걷어찼다. 국정자원 측은 2024년 5월 소방청의 화재 안전 조사 당시 “전산실은 보안 구역”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부당하게 거부해 이번에 전소된 7-1 전산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점검 기회를 놓쳤다.
백업 및 재해 복구(DR) 체계도 무방비 상태였다. 국정자원은 비정형·대용량 데이터라는 이유로 행안부 G드라이브와 소방청 빅데이터 데이터를 백업에서 제외해 자료가 영구 소실됐다. 또한 전체 709개 시스템 중 237개는 원본과 백업 스토리지를 같은 전산실에 둬 화재로 동시 소실되는 촌극을 빚었다. 709개 중 재해 복구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54개(7.6%)에 불과했고, 실제 복구에 활용된 것은 7개(0.98%)에 그쳤다.
감사원은 행안부 장관에게 안전 관리와 감독을 소홀히 한 담당 팀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관련자들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화재 안전 조사를 거부한 관련자 징계와 함께 소방청에 법령에 따른 고발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국정자원에는 시공 업체들에 대한 제재 및 손해 배상 청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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