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175개·프리즈 133개 갤러리 참여

아드리안 게니·안토니 곰리 등 작품 고가에 판매

키아프 “지난해보다 관람객 많아”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불황이라고 하는데 관람객은 지난해와 비슷한 것 같아요.”

국내 최대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6’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26’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나란히 막을 올렸다. 미술 시장의 불황 속에 개막 전부터 관심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VIP 프리뷰 데이부터 인파가 쇄도했다.

키아프는 첫날 오후 6시 기준 관람객 수가 지난해 개막일 오후 8시 최종 집계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첫날에는 9600명이 방문했었는데, 올해는 1만명 가까이 찾은 셈이다.

판매의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첫날부터 수십억원대의 작품이 팔려나간 데 비해 이날 초고가 작품 판매는 드물었지만, 억대의 작품은 여러 갤러리에서 주인을 찾으며 미술 애호가들의 여전한 수요를 방증했다.

이날 가장 높은 판매가는 프리즈에 참가한 타데우스 로팍에서 나왔다. 루마니아 작가 아드리안 게니의 2026년작 ‘Figure with Funerary Stele’이 110만유로(약 17억4000만원)에 팔렸다. 게니는 다른 작품 ‘Study for “The Roman Road” 2’(2026)도 11만파운드(약 2억원)에 판매되며 저력을 과시했다.

아드리안 게니의 2026년작 ‘Figure with Funerary Stele’. [아드리안 게니. 타데우스 로팍 제공]
아드리안 게니의 2026년작 ‘Figure with Funerary Stele’. [아드리안 게니. 타데우스 로팍 제공]

타데우스 로팍에선 안토니 곰리의 ‘HOLD’(2024)도 75만파운드(약 13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데이비드 살레의 ‘Blue Trunks’(22만달러, 약 3억원), 마르타 융비르트의 ‘Untitled (Berggasse 19)’(17만유로, 약 2억7000만원), 알렉스 카츠의 ‘Study for Emma’(15만달러, 약 2억원) 등도 첫날 판매에 성공했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설립자 및 대표는 “밀도 높은 미술관 전시와 기관들의 주목할 만한 행보가 어우러지며 한층 깊어진 서울아트위크를 마주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내 컬렉터들은 물론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전역, 유럽과 미주 컬렉터들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판매 열기가 이어지며 페어의 기분 좋은 출발과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 역대 최고가를 썼던 하우저 앤 워스는 올해 프리즈 첫날 루이스 부르주아의 ‘Femme’(2005)를 60만달러(약 8억2000만원)에 판매했다. 로나 심슨의 ‘End of Twilight’과 ‘Perceived Sound’는 각각 42만5000달러(약 5억8000만원), 40만달러(약 5억5000만원)에 새 컬렉터에 안겼고, 안젤 오테로의 ‘Cerulean Fire’도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에 팔렸다.

부스 전면에 내건 조지 콘도의 ‘Blue Diagonal Abstraction(푸른 대각선의 추상)’은 판매가가 약 5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첫날 주인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온오프라인을 통해 계속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갤러리 관계자는 전했다. 남은 페어 기간 동안 판매될 경우 지난해 약 63억원에 판매된 마크 브래드포드의 연작에 버금가는 초고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 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 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글래드스톤에서는 키스 해링의 작품 10점이 묶음으로 판매됐다. 작품당 20만~27만5000달러로, 총 250만달러(약 35억원) 규모다.

페이스 갤러리에선 아니카 이의 신작 ‘HLKR£Kþ§†MLJ’를 22만5000달러(약 3억원)에 팔렸다.

화이트 큐브는 개르하르트 리히터의 ‘Fuji’(1996)를 62만5000유로(약 9억9000만원)에, 박서보의 ‘묘법 No.221121’를 30만달러(약 4억원)에 판매했다.

한국 거장들의 작품은 다른 갤러리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싱가포르 STPI는 서도호의 솔로 부스를 내고 실 드로잉 작품 ‘Breathing Home’(2025)을 22만달러(약 3억원)에 팔았다.

국제갤러리는 프리즈 부스에서 하종현의 ‘Post-Conjunction 21-512’을 25만3000달러(약 3억4000만원)에서 30만3000달러(약 4억1000만원) 사이에, 박서보의 ‘묘법 No. 220611’을 25만~30만달러(약 3억4000만~4억원)에 판매했다. 키아프 부스에선 유영국의 1979년작 ‘Work’를 6억원에서 7억2000만원 사이에 새 주인에게 넘겼다.

갤러리현대 역시 프리즈에서 김창열 작품 여러 점을 18만~110만달러(약 2억4000만~15억원)에, 이승택 작품 여러 점을 17만~70만달러(약 2억3000만~8억5000만원)에 팔았다. 키아프에선 백남준 작품 여러 점을 3억~5억원대에, 정상화 작품 여러 점을 4억~5억원대에 판매했다.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 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6’ 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이날 늦은 시간까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전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특히 젊은 관람객들이 주를 이루며 작품 수준과 부스 구성, 공간 연출 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젊은 컬렉터가 많이 늘었다. 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은 팬시한 작품들이 많이 팔리는데, 호감도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 같다. 건전한 컬렉터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키아프의 공간 구성과 특별전 등을 맡은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페어는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별전을 빌미로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게 하는게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25회를 맞는 키아프에는 전 세계 18개국에서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175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들은 ‘공존(Coexistence)’이라는 주제 아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의 감각과 창의성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프리즈에는 30개 국가 및 지역에서 전년보다 10곳 이상 늘어난 133개 갤러리가 집결했다. 서울에 상륙한 지 5년째를 맞은 프리즈는 올해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섹션과 ‘머티리얼 프랙티스(Material Practice)’ 섹션을 신설했다.

프리즈는 5일까지, 키아프는 6일까지 열리며 공동 입장권은 오전 9만원, 오후 7만원이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