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 시행에 탄력
ASAP 참여사 13O여개사로 확대
“통신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김성웅 금융보안원 금융AI보안연구소장은 “보이스피싱이 한 번만 성공하면 큰돈이 들어오는 데다 전화라는 저비용·저위험 특성에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웅 금융보안원 금융AI보안연구소장은 지난 27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보이스피싱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금융보안원은 금융보안 전담 기관이자 사단법인이다. 김 소장은 이곳에서 보이스피싱 대응 시스템 ‘ASAP(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ASAP은 금융회사들이 각자 확보한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AI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참여사에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범죄가 교묘해지자 대응도 한층 강해졌다. 지난 8월 4일부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핵심은 선불업자에 대한 정보 공유 의무화다. 그동안 은행 계좌로 들어간 피해금은 피해자가 신고하면 곧바로 출금을 막는 ‘지급정지’가 가능했지만, 사기범이 돈을 간편송금 플랫폼으로 옮기면 추적과 정지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피해 신고를 접수한 금융사가 피해금이 선불업자로 이전된 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선불업자에게 이전 명세를 요청할 수 있다. 은행 계좌에 준하는 수준의 지급정지 절차가 가능해진 것이다.
▶법 개정으로 근거 명확해져…참여사 130여개사로 = 법 개정으로 ASAP은 운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간 ASAP의 정보 집중·공유·분석은 금융위원회 유권해석 등 상대적으로 약한 법적 근거 위에서 이뤄졌다. 여러 기관의 개인정보를 한데 모아 분석하는 일인 만큼 근거가 뚜렷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김 소장은 “개인정보를 이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법은 유례가 없다”며 “공익적 목적이 확실하고 사회적 문제가 워낙 심각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참여사도 제2금융권과 증권사, 보험사, 가상자산사업자 등이 새로 합류하며 130여개사로 늘었다. 다만 성과를 수치로 말하기는 이르다. 김 소장은 “비교할 만한 통계를 만들기에는 법 이후 시행기간이 너무 짧아 두세 달은 지나야 할 것”이라면서도 “오가는 정보량이 분명히 늘었고, 그만큼 사고 예방 효과도 있으리라 본다”고 했다.
오는 10월에는 공동 AI 모델이 ASAP에 탑재된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연합학습 방식으로 만든 보이스피싱 탐지 모델이다. 연합학습은 각 회사의 거래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지 않고 회사별로 학습한 결과만 합쳐 하나의 모델을 만드는 기법으로, 고객 정보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으면서도 여러 회사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이 모델이 탑재되면 자체 AI 시스템이 없는 금융사도 금융보안원 인프라에 질의해 답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김 소장은 “인뱅 3사의 거래 명세로 만든 모델이라 다른 금융사에서는 참고용으로 쓰는 게 좋다”며 “앞으로 모델을 계속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투입 데이터도 넓힌다. 금융사·경찰·통신사 데이터에 더해, 범죄자들이 수법을 논의하거나 표적의 전화번호를 유통하는 커뮤니티 첩보까지 분석에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소장은 “법이 생겨 제약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금융 단계까지 오면 늦다”…통신사 역할 주문 = 김 소장이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통신사의 역할이었다. 그는 “법 이름부터 전기통신금융사기”라며 “금융 단계에 도달했을 때는 사기의 전 과정이 이미 끝나 있고, 마지막에 돈을 빼는 것은 피해자 본인이기 때문에 막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앞단인 전기통신 단계에서 탐색과 차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공조도 과제로 꼽았다. 각국에서 경찰·금융회사·통신사가 함께 예방에 나서는 협의체가 꾸려지는 만큼, 경찰청이 추진하는 국제 공조도 더 실질적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