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미 공군 스텔스 전략폭격기 B-2 스피릿의 대당 가격으로 알려진 액수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항공기다. 세계 국방비 및 군사력 1위 국가인 미국이 자체 생산해 단 20대만을 보유하고 있다. 원래 21대였는데 지난 2008년 B-2 최초로 추락사건을 겪어 20대로 줄었다.
2008년 2월23일(현지시간) 괌 앤더슨 미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2는 갑자기 추락했다. B-2 최초의 추락 사고다. 1조 넘는 비용을 날렸다. 다행스럽게도 조종사 2명은 탈출에 성공했다.
미 공군은 B-2를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주둔시켜왔지만, 지난 2004년부터 괌 기지에 일부를 순환 배치해왔다.
B-2는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로서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차세대 버전이다.
1950년대에 개발된 B-52 스트래토포트리스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라는 컨셉에 딱 맞게 개발된 미국의 대표적 전폭기다.
1952년 첫 비행을 시작해 1960년대 베트남전 참전,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대응 미루나무 절단작전에 출격하는 등 역사와 전통의 기종이지만, 오늘날까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여전히 미 공군의 대표 주전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길이 48.5m, 날개폭 56.4m, 무게 83t인 B-52는 약 30여t의 무기를 싣고 최고속력 시속 900~1000㎞대로 최고 고도 약 16㎞까지 상승해 1만6000여㎞까지 비행할 수 있다. 사실상 전세계 어디든 투입돼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종으로 1960년대에 개발된 것이 B-1B 랜서 초음속 전략폭격기다. B-1B는 한마디로 말해 B-52보다 빠르면서 무장탑재능력이 더 향상됐다.
길이 44.5m, 날개폭 42m인 B-1B는 무게 86t으로 크기는 B-52보다 작고, 중량은 B-52보다 더 나간다. 무장탑재능력도 56t으로 30여t의 B-52보다 배 가까이 많다.
미군이 B-1B에서 이뤄낸 혁신은 B-52는 F-16급 엔진 8개를 달고 음속 이하 속도(시속 900~1000㎞)로 날지만, B-1B는 F-16급 엔진 4개를 달고 초음속(약 1500㎞ 전후)으로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역시 B-52는 1000억원대, B-1B는 약 5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B-1B의 뒤를 이어 1970년대 미 군 당국은 소련으로 대표되는 적 진영 방공망의 첨단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텔스 기능을 가진 전략폭격기 개발에 매진하게 되고, 그 결과 나온 것이 B-2 스피릿 스텔스 전폭기다.
길이 21m, 날개폭 52.4m, 무게 71t인 B-2는 B-1B보다 더 작고 가벼워졌지만 속도는 900~1000㎞으로 B-1B에 비해 느리다. 역시 F-16급 엔진 4개를 장착한다. 다만, B-52, B-1B와는 차별화되는 스텔스 기능을 바탕으로 적 레이더망을 농락하는 신세계를 구축했다.
약 18t의 무장을 탑재하고 최대 고도 약 15㎞ 상공에서 최대 1만1000여㎞를 비행할 수 있다.
무장능력(약 18t)은 B-52나 B-1B에 비해 미약하지만 적 레이더망을 무력화시키는 스텔스 기능 덕택에 적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미공군의 주력 전략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B-2가 실제 미 공군에 인도된 건 1993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오리처럼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이 디자인을 통해 스텔스 기능의 극대화와 공기저항의 최소화, 항속거리 및 무기탑재능력의 최대화를 이뤄낸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코소보 전쟁 초기에는 B-2가 45회 출격해 당시 세르비아 방공망에 단 한 번도 노출되지 않고 주요 군사시설을 초토화시켜 ‘하늘의 유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4차 핵실험 후와 5차 핵실험 후 각각 나흘만에 한국에 전격 출동한 B-52와 B-1B에 이어 B-2가 어떤 상황에서 한국으로 출동할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