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공장 신설…노조가 변수로

삼성전자 최대 노조 “단체교섭 의제 포함”

‘경영상 결정’ 범위 모호…산업계 혼선 키워

‘신규 투자는 쟁의 대상서 제외’ 규정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정부와 기업의 MOU체결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진안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이재명 대통령,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초기업노동조합이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따라 추진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공장 설립을 두고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예고하면서 고도의 경영상 판단까지 노동쟁의에 시달릴 수 있다는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모호하게 규정해 그 범위를 놓고 산업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수백조원이 투입되는 국가 프로젝트의 운명이 개별 기업 노조의 동의 여부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계는 정부가 미국·일본 등 주요국 사례를 바탕으로 ‘신규 투자 및 공장 신설과 같은 경영상 의사결정은 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소모적인 논쟁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00조 국가 대계 프로젝트, 노조 동의에 좌지우지

31일 재계에 따르면 호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 발표 이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장 신설에 따른 인력 배치전환이 단체교섭·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 군공항 부지에 각각 400억원씩 총 8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 4기(삼성 2기·SK 2기)를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가 지난달 13일 호남권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84%에 달한다며 관련 사안을 2027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속도전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호남권 반도체 공장 신설이 노사 교섭 테이블에 오를 경우 투자 프로젝트 진행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수 있어 산업계는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장 신설에 따른 인력 배분, 교섭 대상 아냐…구조조정과 달라”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통해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리해고·구조조정처럼 기존 고용을 축소·재조정하는 경영상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력 배치전환도 일반적·일상적인 경우가 아닌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구체화했다.

그러나 기업의 신규 투자에 대해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전환은 근로자의 지위와 근로조건에 직접적·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구조조정과 엄연히 성격이 다른 만큼 쟁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나 공장 신설·증설, 생산능력 확장에 따른 인력 배치전환은 기존 고용을 축소하거나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새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배분하기 위한 통상의 인사 이동으로 볼 수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과는 목적과 성격부터 다른 셈이다.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쟁의 대상서 제외해야”

대법원도 지난 2002년 판결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인 만큼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계는 신규 공장 설립 역시 기업의 투자·사업전략에 따른 고도의 경영상 판단이라는 점에서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경영계 제언’에서 이미 확립된 대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 해석지침 등을 근거로 신규 공장 설립 같은 고도의 경영상 결단은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기업노조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관련 사안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분쟁 가능성이 재점화되고 있다.

결국 신규 투자 같은 경영 판단은 단체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는 보다 명확한 규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총은 “노동부 해석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산업 현장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며 “공장 신설 등 고도의 경영상 결정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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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