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칼라·히고스, 장마전선 강화하고 북태평양고기압 밀어내
폭우 때 방출된 열이 고기압 다시 강화…한반도 방향 재확장
7월1일 평년보다 1.3도 낮다가 7일엔 2.8도 높아져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은 태풍도 우리나라 폭염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월 말 일본 부근을 통과한 태풍 2개가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움직임을 잇달아 바꾸면서 7월 초 한반도의 급격한 기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2026년 여름 한반도를 비껴간 태풍이 주변 대기 순환을 바꾸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과 위치에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 폭염에 영향을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올여름 서태평양에서는 태풍이 20개 넘게 발생했지만 현재까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태풍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대기의 흐름을 바꿔 장마전선과 고기압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수일 뒤 한반도의 기온과 강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지난 6월 하순 일본 부근을 잇달아 통과한 제7호 태풍 ‘메칼라(MEKKHALA)’와 제8호 태풍 ‘히고스(HIGOS)’가 동아시아 대기 순환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두 태풍은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았지만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공급해 한반도 장마전선의 활동과 강수를 크게 강화했다. 동시에 여름철 한반도 더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내면서 한반도 방향으로의 확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했다. 이에 따라 7월 초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서 잠시 벗어나 기온이 낮아졌다.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태풍이 몰고 온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해 폭우가 내리는 과정에서 많은 열이 대기로 방출되는 ‘강수 가열 효과’가 발생했다. 이 열이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화해 다시 한반도 방향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해양기후예측센터가 강수 가열 효과를 모형에 적용한 결과 일본 부근 상공 약 5.5㎞ 높이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지면서 한반도 쪽으로 다시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태풍이 처음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한반도 방향 확장을 억제했지만, 이후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강수 가열 효과’가 북태평양고기압을 강화하고 한반도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실제 기온도 빠르게 뛰었다.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60개 지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평균기온은 7월 1일 평년보다 1.3℃ 낮았지만 7월 7일에는 평년보다 2.8℃ 높아졌다. 6일 만에 전국 60개 지점의 평균 기온 편차가 4.1℃ 상승한 것이다. 부산을 포함한 남부·동남권에서도 상승 신호가 확인됐다
다만 이번 분석만으로 올해 폭염의 원인 전체를 태풍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김성훈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이번 사례만으로 올해 폭염의 원인을 단정할 순 없지만,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은 태풍도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에 변화를 줘 우리나라 기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유사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태풍과 동아시아 대기순환의 연계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여름철 기후 감시와 전망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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