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4차 녹색기후기 이사회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해 설립한 산림분야 국제기구인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가 GCF의 공식 이행기관으로 만장일치 승인됐다. 출범 8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기후 특화 기금인 GCF의 인증 문턱을 넘은 것은 AFoCO가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산림협력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인증은 하나의 국제기구가 새로운 자격을 얻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예고된 재앙이 아니라 대형 산불과 극심한 가뭄, 홍수, 생물다양성 감소의 형태로 이미 인류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림을 기반으로 한 기후금융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지만 이를 극복키 위한 재정과 기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선언적인 구호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실행력과 이를 뒷받침할 지속 가능한 기후 재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GCF는 개도국의 저탄소·기후탄력적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기후 특화 기금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재원은 아무 기관이나 활용할 수 없다. 국제 수준의 엄격한 재정 관리 역량과 사업 관리 체계, 환경·사회적 안전장치, 성평등 정책 등을 완벽히 검증받은 기관만이 비로소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재원을 집행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번 인증으로 AFoCO는 한국산업은행, 한국국제협력단, SK증권에 이어 국내 네 번째 GCF 인증기구가 됐다. 산림 분야 국제협력기구로서 가장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GCF의 심사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은 AFoCO의 재정관리 체계와 사업 수행 역량, 국제협력 경험이 세계적 수준에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산림청은 AFoCO를 통해 한국의 선진 산림 정책과 복원 기술을 아시아 회원국에 전수해 왔으며 이러한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성공적 수행 경험은 이번 인증 획득의 든든한 마중물이 됐다.
앞으로 AFoCO는 GCF 자금을 활용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대형 산림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GCF 심사 과정에서도 높게 평가받은 ‘동남아 황폐산림 복원 랜드마크 프로그램’이나 네덜란드 라보은행과 협력 중인 ‘키르기스스탄 혼농임업 탄소배출권 사업’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나무를 심는 차원을 넘어 위성·인공지능·드론을 활용한 디지털 모니터링 솔루션 등 우리나라의 첨단 산림과학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인증은 우리 민간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AFoCO의 기업협력 플랫폼과 GCF 자금을 결합한 혼합금융 사업을 통해 민간 투자를 견인하고 해외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국내로 이전하는 등 실질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증 획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다만 GCF 사업은 타당성 조사부터 성과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고도의 전문성과 행정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업무다. 현재 AFoCO의 조직과 인력 규모로는 앞으로 밀려들 대규모 기후 사업들을 온전히 감당하기에 벅찬 면이 있다. 산림 분야의 GCF 파이프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어 아시아의 숲을 살리는 강력한 엔진이 될 수 있도록 밸브 역할을 하는 AFoCO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재정적·인적 지원과 국민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후위기 앞에서 한 나라의 숲만 안전할 수는 없다. 산불의 연기와 기후 변화의 충격은 국경을 가리지 않기에 산림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공동의 생존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AFoCO라는 강력한 지렛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더 책임 있는 그린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 산림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국제사회와 연대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일구는 그 길의 맨 앞에 산림청이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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