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각료회의 앞두고 USTR 보고서 공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고강도 개혁을 요구하며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다자무역 체제의 틀 자체를 손보려는 압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WTO 개혁 보고서를 공개하고 “현재의 글로벌 무역 질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구조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보고서는 26~29일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리는 제14차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마련됐다.

보고서는 특히 개발도상국 특혜(SDT) 제도의 개편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WTO가 선진국과 개도국을 단순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으며, 이미 상당한 경제 수준에 도달한 국가들이 여전히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한국과 싱가포르, 브라질, 코스타리카 등 4개국을 지목했다. 이들 국가는 과거 WTO 협상에서 SDT 조항을 적용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공식적인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중국을 향한 견제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중국이 지난해 9월 SDT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겉으로는 개혁에 호응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이행 여부에는 의문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은 WTO 개혁 방향으로 통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국가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SDT 적용 기준의 객관화, 최혜국대우(MFN) 원칙 재검토 등을 제시했다. 특히 상호주의 원칙과 MFN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사진) USTR 대표는 “국제무역 체제가 상호주의와 균형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WTO가 역할을 유지하려면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회원국 중심의 개혁 논의를 계속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WTO 체제의 위상은 약화된 상태다.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개도국 지위와 특혜 축소를 둘러싼 갈등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2019년 미국의 압박 속에서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지만, 지위 자체는 유지하는 절충안을 선택한 바 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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