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정당 출신 정치인이자 경제학자인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현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 2일부터 재정경제부와 국무총리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는데, 이중 기획예산처는 예산편성·재정기획 등의 막중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여야 모두에서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발탁’이자 파격 인사다. 이 후보자는 보수 정치권·경제학 내에선 개혁적 성향으로 꼽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한 적이 있고 현 정부의 확장재정과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론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 후보자에 대해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하고, 재벌의 불공정거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명 발표 직후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해온 내 입장과 똑같다”고 했다. 또 “내가 보수적인 경제철학을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보수 진영 내에서도 끊임없이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오랜 소신을 실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각 합류를 결심했다”고 했다. 반대 진영 사람에 ‘나라 곳간’를 맡기는, 역대 정부에서 전례없던 인사에 진정성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 소속으로 서울에서도 ‘보수의 아성’으로 꼽히는 서초(갑)에서 3선을 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UCLA를 거친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의원 임기 중엔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예산결산소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지냈다. 이 후보자 발탁은 정치적으론 보수 포용의 ‘통합’, 정책적으론 경제 전문가로서 능력을 우선한 ‘실용’ 인사로 긍정 평가할만하다. 국민의힘에선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라며 이 후보자를 즉각 제명하고, 여권 일각에서도 반대 기류가 있는 모양이지만, ‘편가르기’만을 앞세운 비판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살리기에 ‘내편, 네편’이 있을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냉철한 인사 검증과 성과다. 이 후보자는 “만일 내각이나 참모들이 모두 똑같은 목소리를 내기를 원했다면 이 대통령이 나를 기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말대로 과감한 직언을 주저하지 않는 관료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의 예산·재정정책에서 균형추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의 발탁이 혹여 ‘전향자의 과잉 충성’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재정정책의 자기 통제, 정부의 내부 견제 강화 의지로부터 비롯된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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