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월부터 변경추진 교육계는 “일단 지켜보자” 일부선 빈익빈 부익부 우려도

정부가 추진 중인 ‘학교예술강사 사업’ 개정을 두고 예술계와 교육계가 떠들썩하다. 예술가들은 정부의 사업 추진을 ‘개악’이라 규정하며 결사 반대하고 있고, 교육 현장에서도 예술교육에 차질을 빚을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5일 교육계와 예술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앞에서 예술인들이 노숙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른바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는게 예술가들의 설명이다.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9월부터 ▷예술강사의 학교선택권 박탈 ▷예술강사의 전원 신규채용 ▷시설용역업체로의 계약 등을 주된 내용으로 ‘수요맞춤형’ 기조로 학교예술강사 사업 변경을 추진 중이다. 노조는 “예술강사 고용불안을 더 부추겨 예술강사들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하고, 교사의 업무 가중 및 학생 교육 질 하락 등 예술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십년 무대 오른 연극배우가 폭염 속 노숙농성에 나선 이유는?
지난 16일 전국예술강사노조 소속 예술가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앞에서 학교 예술강사사업 개정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예술강사노조]

학교예술강사 사업에는 지난해 국악ㆍ연극ㆍ영화 등 8개 분야에서 총 4916명의 예술강사가 참여했다. 이는 2011년(4164명) 대비 18.1% 증가한 수치다. 이들 예술강사들이 교육활동에 나선 전국 초중고교의 수는 전국 8216개교로 2011년(5772개교)과 비교했을 때 무려 42.3%나 증가했다. 학교예술강사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산의 상당부분은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할애한다. 지난해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예산으로 사용된 693억3400만원 중 93.8%에 해당하는 650억4000만원이 예술강사 지원에 활용됐다. 이는 2011년(489억300만원)과 비교했을 때 33% 늘어난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바로 학교가 예술 강사를 직접 선택하도록 ‘예술강사 활동 지침(매뉴얼)’을 변경하는 부분이다.

노조는 이는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으로 본다. 또 인기 강사에 대한 쏠림현상 등으로 선택받지 못한 예술강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돼 예술인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일선 학교의 예술강사 수업에 차질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서울시내 학교에서 연극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 A 씨는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며 1시간에 4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10여년이 넘도록 오르지 않은 시급으로 인해 한 달 벌이가 100만원이 겨우 넘는 수준”이라며 “강의료 외에 교통비와 수당을 일절 받지 못해 멀리 떨어진 학교에 가려면 자비 부담이 늘어 생활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격앙된 예술계와는 달리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신중하다. 일선 학교가 예술강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장ㆍ단점을 잘 살펴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뚜렷한 장점은 각 학교들이 상황에 맞게 예술강사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B 교장은 “학교 입장에서 예술강사는 학교에 소속된 교사가 아닌만큼 학교가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이나 방향 등을 교육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에 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C 교감은 “서울 강남지역처럼 환경이 좋은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학교들의 경우 예술강사들이 출강을 꺼려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교육지원청별로 다양한 전공 부문으로 구성된 예술강사 풀을 마련하고 관할 지역 내 학교들이 조정해 필요한 예술강사를 배정받는 방안을 도입할 경우 예술강사들이 걱정하는 고용불안도 해결하면서 필요 부문의 예술강사를 구할 수 없는 학교들의 애로사항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학생들의 교육과 관련된 내용인 만큼 시범학교 운영 등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하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