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0% 확보…최대 1.5조 투입

‘풋옵션 분쟁’ SBI그룹과 이해 일치

보험·증권 이어 여·수신 보강 탄력

 IPO 속도…“내년까지 지주사 전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이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인수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종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본격적으로 던졌다. 교보생명은 지분을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보해 포트폴리오에 저축은행을 더하고, 지주사 전환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30%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다음 주중으로 체결할 계획이다. 현재 SBI홀딩스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교보생명은 다음 주 열릴 임시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지분 인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번에 인수하는 30% 지분 외에도 향후 1~2년 내 단계적으로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종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에 따른 인수 규모는 최대 1조5000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한 번에 절반 이상을 사들이기보다는 분할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교보생명은 지분 인수 이후에도 당분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약 14조원에 달하는 업계 1위 저축은행으로, 건전성 지표도 우수한 초우량 저축은행으로 평가된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SBI저축은행은 업계 합산 4000억원 적자 속에서도 808억원의 흑자를 냈다. 연체율도 4.97%로 업계 평균(8.52%)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SBI그룹과의 인연도 저축은행 업계 1위 인수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교보생명과 SBI홀딩스는 지난 2007년 SBI가 교보생명 지분(4.9%)을 매입하며 처음 연을 맺었고, 2009년 그 지분을 해외 투자자에 매각하면서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최근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발목을 잡고 있던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에서도 SBI그룹은 교보생명의 우호 세력으로 등장했고, 교보생명 지분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공식화했다.

신 회장이 36% 안팎의 지분으로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SBI홀딩스가 2대 주주로서 확고한 우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SBI그룹은 2013년 현대스위스저축은행(SBI저축은행 전신)을 인수한 뒤 십여년 만에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 추진은 신 회장의 금융그룹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향후 교보생명이 보험업 중심에서 벗어나 은행 기능까지 아우르는 지주사로 발돋움하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자산신탁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카드·손해보험사와 같은 계열사가 없어 포트폴리오 강화가 과제로 꼽혔다.

교보생명은 이번 최우량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계열사 포트폴리오에 여·수신 기능을 보강함으로써 금융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하게 된다. ‘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으로 이어지는 종합 금융그룹의 골격을 완성하는 셈이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미뤄왔던 기업공개(IPO)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강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중 금융당국에 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하고, 내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박성준 기자


ps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