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관세 유연화에 기술주 강세로 전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이틀간 6.18% ↑
SK하이닉스, 외인 주식 순매도 등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초고율 관세를 조절할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안도감 덕분에 미 증시 주요 반도체주가 최근 반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투심 위축을 불렀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까지 누그러지며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히고 있다.
2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전장 대비 3.96% 오른 3983.92를 기록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모두 강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보다 3.86% 오른 102.71달러를 기록, 사흘 만에 종가 기준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다. 이 밖에도 브로드컴(4.32%), TSMC(4.23%), AMD(4.79%) 등의 종목들이 이날 하루에만 4%대 급등세를 나타냈다.
주요 반도체주의 주가 흐름은 뉴욕증시 등 자본시장 ‘달래기’에 나선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호재로 작용하며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일각의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를 불식했고, 중국과 무역 협상에 대해서도 “합의에 도달할 것이며, 중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도 결국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2~23일 이어진 ‘훈풍’ 덕분에 미 증시 반도체주도 이틀간 그동안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이틀간 6.18% 오른 가운데 TSMC(6.64%), 브로드컴(6.44%), 엔비디아(5.98%), AMD(5.60%) 등 주요 종목의 상승률도 6% 안팎을 기록하면서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우려 완화로 미 기술주가 강세를 보인 점은 국내 반도체주에도 따뜻한 ‘봄바람’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 주가엔 겹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7조440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57.8%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번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6조7542억원을 10.2% 웃돌았다.
TSMC 실적과 함께 국내 반도체 수출 등 업황을 둘러싼 지표들도 긍정적이다. TSMC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고객사 수요가 거의 미친 수준이고, 관세에 따른 변화는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매출 증가 예상치를 20%대 중반으로 유지했다. 21일 관세청이 내놓은 4월(1~20일) 수출 잠정치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0.7% 늘어난 약 65억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위협이 정점을 지난 것이 아니냔 분석도 주목할 지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에 대한 국내 증권사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8만320원이다. 전날 종가(18만3000원) 대비 상승 여력이 53.18%나 있다고 본 셈이다.
다만, 시장에선 SK하이닉스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신중론’이 나온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관련 발언과 정책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아직 결정되지 않은 반도체 품목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베선트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우호적이나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으며, 기업 가치와 경제 지표 등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며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큰손’ 외국인 투자자도 여전히 SK하이닉스에 대해선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1037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종목별 순매도액 순위에서도 삼성전자(3조648억원), 현대차(1조5136억원), 한화오션(1조3433억원)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축소 우려도 여전하다. 최근엔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아마존 역시 일부 AI 데이터센터 임대를 중단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런 우려를 부채질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