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의 김연우를 있게 했다”는 토이 2집 수록곡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1996)의 전주가 흘렀다. 공연장의 불이 꺼지자, 객석에선 휴대폰 불빛이 무대를 밝혔다. ‘우리는 당신을 지지한다’는 공연장의 언어. 무대 위의 가수는 그 광경을 바라보다 감정의 움직임을 이기지 못 하고, 뒤돌아서 눈물을 닦았다. 4분 14초의 짧은 시간엔 김연우의 지나온 20년과 가수 인생의 고비를 맞았던 지난 8개월의 복잡한 심경이 뒤섞였다.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김연우의 데뷔 20주년 콘서트 ‘땡큐’(Thank you)가 열렸다.
“가수가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건…결혼식장에서 그냥 나가는 것과 같아요.” 게스트 성시경은 이렇게 말한 뒤 이내 “아! 좋은 건가요?”라며 농담을 던졌지만 성대 이상으로 무대를 떠났던 김연우에게 20주년 콘서트는 이름처럼 감사한 무대였다.
김연우는 지난해 말 충남 천안에서 진행한 단독 콘서트‘ 신이라 불리는 남자’ 공연 중 관객들을 앞에서 공연을 취소했다. “고음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였다.
“사실 1년 정도 생각했어요. 1년을 치료에 전념하다 그래도 안 된다면 전세계를 돌며 성대 전문가를 만나보자 생각했어요. 그런데 3개월 정도 지나니 조금씩 성대에 소리가 붙기 시작하더라고요.”(김연우)
김연우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연우신(神)’이다. 목소리 하나로 정상에 올랐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무려 20년, 알려졌던 시간보다 무명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었던 그에게 지난 4년은 화려한 한 페이지였다. 각종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김연우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이견 없는 ‘보컬의 교과서’로 불리며 완벽한 발성과 노래기법을 보여줬던 김연우에게 찾아온 ‘직업병’으로 인해 업계에서도 우려가 컸다. 가수 생명의 위협을 받은 그 즈음 김연우는 모든 공연과 방송 일정을 중단하고 회복에 전념했다.
다시 시작된 데뷔 20주년 공연에는 지난해 취소한 공연으로 인해 집에 돌아간 관객 2000명도 초대한 자리였다. 김연우의 공연엔 20~30대 연인은 물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모녀, 모자 커플도 적지 않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과 함께 한 이번 공연은 김연우의 데뷔 20년을 돌아보는 레퍼토리로 구성됐다. 토이 시절의 히트곡은 물론 김연우 앨범의 히트곡,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 등 경연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 각종 드라마 OST까지 소화한 무대였다.
데뷔 20주년 기념앨범에 실릴 예정인 미공개곡(Answer me)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가제는 붙었지만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다. 김연우는 관객들에게 “제목을 정해달라”고 요청하며 노래 가사 중 “‘니 맘이 궁금해졌어’라고 하기엔 46세에 쑥스러워 못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노래’에 올인하는 발라드 가수의 대형 공연은 김연우의 노래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없는 공연이었다. 그 와중에 특별한 이벤트도 있었다. 트와이스의 ‘치어업’(Cheer up)과 아이오아이(I.O.I)의 ‘픽미’(Pick me) 댄스엔 객석에서도 숨 넘어갈 듯한 웃음이 가득 찼다. 최신 히트곡에도 2분의 2박자로 박수를 맞추는 객석의 풍경도 장관이었다.
화려한 게스트의 습격은 김연우의 데뷔 20주년 공연을 더욱 빛냈다. 자신과 “비슷한 성대를 가지고 있다”는 샤이니의 온유는 “저에겐 꿈과 같은 무대”라며 “이 공간에 제가 있다는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게스트가 등장에 앞서 화면 가득 이름 석 자를 채우자 객석은 이날 공연 중 가장 큰 함성으로 가득 찼다. 가수 성시경의 등장. 곳곳에 자리한 연인들 사이엔 난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와 손을 잡고 공연을 괌람하던 여성 관객들은 성시경의 등장과 함께 양손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20대 이모씨는 “여자친구가 김연우씨 공연을 보고싶다고 해서 큰 맘 먹고 티켓 예매해 왔다가 봉변을 당한 기분”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성시경은 이날 ‘너의 모든 순간’과 ‘거리에서’를 부르며 여성관객이 하나 된 ‘떼창’의 순간까지 연출했다.
가장 큰 의미를 더한 게스트는 김연우와 20년 음악생활을 함께 한 유희열이었다. 두 사람은 한 무대에서 20년 전으로 돌아가 토이의 히트곡 ‘여전히 아름다운지’(1999)와 ‘그럴 때마다’(1994)를 부르며 지난 시간을 공유했다. 유희열은 “김연우는 제 청춘의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이라고 했고, 김연우는 “저의 20주년 콘서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자 지금의 김연우를 있게 한 사람”이라며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풀밴드와 화려한 스트링, 트럼본과 섹소폰까지 조화를 이룬 풍성한 공연에서 김연우의 목소리는 단연 빛났다. 그의 목소리는 밴드와 스트링을 힘차게 밀어내며 1만4000석의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첫 번째 앵콜곡인 ‘나와 같다면’(2011 ‘나는 가수다’ 탈락곡)을 부를 때 김연우는 마이크를 내려놨다. 체조경기장에 울려퍼지는 그의 목소리에서 가수 인생의 고비는 이미 지워졌다. ‘연우신’이라는 수식어를 증명한 김연우의 무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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