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시아, 18일 사우디서 첫 회의
우크라·유럽 빠진 회담…협상안 주목
“어떤 결과든 우크라의 고통스러운 양보 예상”
현재 점령지 기준으로 공습 중단
국경 지역에 평화유지군 가능성
![1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흐멜니츠키 지역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다. [로이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rcv.YNA.20250217.PRU20250217081801009_P1.jpg)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2022년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첫 회담에 나서면서 종전 합의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종전 협상은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의 ‘고통스러운 양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협상을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 ▷최근 전쟁 동향 ▷2022년 무산된 이스탄불 회담 내용 등을 고려했을 때 내린 결론이라고 NYT는 전했다.
소외된 우크라 “영토 회복 어려울 듯”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도네츠크 지역에서 야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AF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rcv.YNA.20250218.PAF20250218088901009_P1.jpg)
현재 우크라이나는 피해국임에도 불구하고 협상에서 소외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 입지는 180도 달라졌다. 이날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종전을 위한 회담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장관급 인사만 참여한다.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우크라이나에게 주도권을 줬던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전쟁 기간 우크라이나에 1400억달러(약 202조원)의 원조를 제공한 유럽연합(EU)도 초기 협상에서 배제된 상황이다. 전날 파리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행보에 반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프랑스·독일·영국 정상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비공식 회담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황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8.0367fd8c04a84128a70f89c4cc6cb240_P1.jpg)
영토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지원국이 논의에 소외되면서 러시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YT는 “협상에서 러시아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전쟁 상황도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진 않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데 이어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남동쪽 지역인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4개 지역을 거의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쪽 지역인 쿠르스크 일부를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당한 4개 지역을 회복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반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길 원하느냐. 어떻게 양보하겠느냐”고 반발했다.
NYT는 “가장 가능성있는 협상안은 공습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지역에 통제권을 유지하되, 더 이상의 영토 점령은 하지 않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차지한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 측의 ‘협상 카드’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평화유지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열린 회담 시작에서 악수하고 있다.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8/news-p.v1.20250213.a6ce99b06ba14d5f91f9db340ba9ab39_P1.jpg)
이 과정에서 국경 지역에 군대 주둔을 두고 난관이 예상된다고 NYT가 전했다. 전쟁 재발 방지를 막기 위해 양측이 허용할 수 있는 정도로 국경 지역에 군대가 마련돼야 하는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견해차가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22년 3월 전쟁 초기에 추진됐다 무산된 이스탄불 회담과 유사한 요구사항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허용하지만, 나토 가입은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국경 지역의 안전을 위해 나토 가입을 주장했다.
마크 웰러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현실적으로 우크라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평화유지군이 국경선에 주둔하는 것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평화유지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16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평화유지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프랑스는 그 전부터 평화유지군을 주장했다. 파병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선 20만 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힘든 상황이지만 러시아의 양보를 아예 이끌어낼 수 없는 건 아니다. 2022년부터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 유럽과 협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로즈 고테몰러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며 “그렇다면 푸틴은 (협상에서) 기꺼이 양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