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근 국가적 어젠다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주민등록상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관광, 통근, 통학 등으로 체류하는 인구까지 합친 ‘생활 인구’가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됐고,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한 ‘생활 인구’ 확대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 담양군은 ‘1읍면 1축제’ 관광전략으로 이 지역 등록 인구보다 8배나 많은 생활 인구를 늘렸으며, 충북 제천시는 청풍호 등 유명 관광지에서 다양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보다 먼저 지역소멸 위기를 맞은 일본은 농촌의 빈집을 적극 활용해 체류형 생활 인구를 유치하고 있다. 도쿄 중심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700명의 산속 오지마을인 야마니시현의 고스게촌은 생활 인구를 늘려 마을을 살린 대표 사례다. 고택과 절벽 위의 빈집처럼 빈집에 담긴 스토리를 그대로 살려 리모델링하고 마을 전체를 호텔로 탈바꿈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마을 누적 관광객 수가 18만 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3월 발표한 ‘농촌소멸 대응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농촌 생활 인구 거점 플랫폼 조성을 위한 ‘농촌소멸 대응 빈집 재생 사업’과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먼저, ‘빈집 재생 사업’을 통해 밀집된 빈집을 마을 단위로 재정비해 주거·워케이션, 문화·체험, 청년 창업 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생활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얻고자 한다. 일본의 사례처럼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토대로 도시민이 원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농촌 마을이 재탄생되도록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민관 협업 또한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 다른 농촌 체류 공간으로서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를 조성한다. 20호 내외의 소규모 거주시설과 편의 공간, 영농체험을 위한 텃밭, 농촌 체험·관광자원 등과 연계한 교류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제공한다. ‘체류형 복합단지’가 조성되고 지역의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과 연계된다면 도시민의 반복적인 지역 교류를 통해 농촌 정착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도시·농어촌 주민 삶의 질 및 정주 만족도 조사’에선 60% 이상의 도시민이 워케이션, ‘한 달 살기’와 같이 지역에 일정 기간 머물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정부는 복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가 있는 시골을 찾는 젊은이와 귀촌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농촌에 머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빈집 재생’과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주방, 영화관 등을 조성하고 마을 피크닉과 사진전 등 교류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함께 노력하면 길이 열린다. 스쳐 가는 농촌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빈집 재생’과 ‘체류형 복합단지’가 잘 정착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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