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의 대일감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에 대해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이유가 미국 때문이 아니라 일본 때문이라는 주장이 2일 발간된 일본 방위백서를 통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발간한 일본 방위백서에서 중국의 위협을 지난해보다 훨씬 강조했다.

백서는 중국에 대해 “평화적 발전을 주창하는 한편으로 특히 해양에서 이해가 대립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기존의 국제법 질서와는 맞지 않는 독자적 주장에 근거해 힘을 배경으로 현상 변경의 시도 등 고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응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 가운데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초래할지 모르는 위험한 행위도 보인다”며 “힘을 배경으로 한 현상변경에 대해서는 그 기정사실화를 착실히 진행하는 등 자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타협없이 실현하려 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방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갖게 하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백서에서는 같은 대목에서 ‘우려’라고 썼지만 이번에는 ‘강한 우려’로 표현 수위를 한층 높인 것.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도서 지역 매립을 통해 포대 등 군사시설을 정비하고 활주로, 격납고, 항만, 레이더 시설 등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각종 인프라시설 정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백서는 중국이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 열도가 있는 동중국해 해상과 상공에서 보이고 있는 ‘무력시위성’ 행보도 자세히 기술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중국 군용기를 상대로 긴급 발진한 횟수도 2015년도(2015년 4월∼2016년 3월) 571차례에 달해 2001년도 이후 가장 많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 국방비와 관련해서는 지난 28년간 약 44배, 지난 10년간 약 3.4배로 늘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일본이 중국을 상당히 위협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일본에 상당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김수한의 리썰웨펀]日방위백서로 더 힘받는 사드 일본방어설

한때 주 상하이 총영사관 등 중국에서 12년간 근무한 외교관 출신 중국 전문가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는 "현재 중국인민해방군의 제1가상적국은 일본이고, 일본자위대의 제1가상적국 역시 중국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의 대일감정은 지금 역사상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그 이유는 현재 집권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 척결과 항일정신 고취 등 2가지 면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985년부터 2002년까지 18년간 중국에서도 가장 반일감정이 높은 푸젠성에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적으로 해안가에 위치한 푸젠성은 장기간 왜구의 침략에 시달려왔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유린당했다. 이런 부분이 젊은 시절의 시진핑이 강한 항일정신을 갖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도 미국 견제 차원이라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은 36계중 성동격서 전략을 즐겨 사용하는데 사드와 관련해서는 '성미격일'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국가계획을 세울 때 5년, 10년이 아니라 50년, 100년 단위로 큰 그림을 그린다"며 "장기적으로 일본에 대한 강한 응징 의지를 갖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사드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시진핑을 위시한 중국인들은 한때 중국이 서양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입은 시절을 돌이켜보며 특히 일본의 악랄하고 비정상적인 만행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며 “수만명을 학살하고 사람을 생체실험용으로 활용하는 등 ‘변태’적 만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 반드시 되갚아주겠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