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뭄바이(Mumbai)에서 도하(Doha)를 경유해서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한다. 새벽 4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도하에서 경유까지 해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왔는데 오후 2시가 못되어 도착한다. 뭄바이에서 도하로 가는 비행기엔 동양인 승객이 없었지만 도하에서 스페인 가는 비행기에는 한국인이 많다. 그들은 서울에서 도하를 경유해 마드리드로 가는 사람들이다.

드디어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Madrid Barajas Airport) 도착한다. 스페인은 이번 여행의 중요한 여행지이긴 하지만 지금 여정은 스페인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인도에서 남미로 가기 위해 잠깐 들른 것이다. 뭄바이-마드리드 구간은 편도로 와서 마드리드에서 페루(Peru)의 수도 리마(Lima)로 간다.

항공사가 달라져서 짐을 모두 찾아서 다시 메고 이미그레이션으로 간다. 여권을 보던 입국 심사 직원이 묻는다.

“어디로 갈 예정입니까?”

오늘 스페인에 입국했으니 스페인의 어디로 가느냐는 말이다.

“아, 난 오늘 밤에 리마로 갈 거예요.”

직원의 눈이 둥그레진다. 혹시 항공티켓이라도 보여 달라고 할까봐 준비하고 있는데 그냥 웃으며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사람들은 마드리드의 어딘가를 향해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나만 다시 공항으로 들어가 충전할 콘센트를 찾는다. 이럴 땐 눈썰미도 필요한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다보면 필요한 것을 얻게 된다. 사람들이 하는 대로 벤취 근처에서 콘센트를 찾는다. 길 위에서 한 달 쯤 지내니 눈치도 백단쯤 된 것 같다. 아이패드랑 카메라를 충전하는 동안 벤취에 앉아 다이어리를 뒤적이고 가이드북을 보며 시간을 때운다.

다시 출국심사대를 지나 게이트로 들어간다.

북반구, 마드리드의 밤은 생각보다 춥다. 공항도 이상하게 찬 기운이 몰려들기는 해서 바람막이만으로 버티기가 쌀쌀하다. 오리털 패딩은 큰 배낭에 넣어 수하물로 부쳐서 더 입을 것도 없어 몇 시간을 떤다. 유로가 없어도 신용카드로 자판기의 음료를 사먹을 수 있으니 여행하기엔 편리한 세상이다.

페루 사람이 대부분인걸로 보이는 대기자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편한 기분일 것 같다. 포근한 겨울 외투를 입고 동행들과 대화를 하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얇은 바람막이에 의지해 몸을 움츠리고 작은 가방을 끌어 안고 혼자 졸다 깨보니 내가 무슨 국제 미아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여행자가 되었든 국제 미아의 느낌을 받든 여기에 와있는 것은 나의 의지였다. 마드리드에서 대기시간이 긴 것도 혹시 모를 카타르 항공의 연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항공기 스케줄을 수없이 살펴보고 어플을 돌려서 얻은 결론이다.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한다. 비록 지금 기분은 국제 미아지만 나는 당당한 한 사람의 승객이다. 지금부터 열두 시간 동안 비행기가 제공하는 모든 걸 다 해치울 테다. 뭄바이에서 도하경유, 마드리드에서 리마까지 거의 30시간의 여정을 견디는 중이다. 아시아에서 유럽 경유, 유럽에서 남아메리카로…. 여러 장의 항공기 티켓을 쥐고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는 이 모든 여정이 마치 누군가가 나를 위해 준비해 준 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여정을 준비한 사람은 바로 나다. 지금의 나는 불과 몇 개월 전의 나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때 이렇게 결정해 줘서 고맙다고 말이다.

인도의 기억을 곱씹으며 남미의 설렘을 만끽하고 싶지만 긴 비행시간과 시차변경, 계절변화, 공항에서의 기다림까지 견뎌내고 있는 몸은 마음 같지 않다. 기내식 맛있게 먹고 좌석에 기대 담요를 덮고 있자니 자꾸만 눈이 감긴다. 인도도 페루도 아득한 꿈속으로 멀어져간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mk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