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노믹스’ 재정적자 급증불구 중장기 효과입증…한국은 법인세 인하로 설비투자 확대 이끌었지만 고용 되레 줄어
현정부 세율 점차 낮춰
기업 설비투자 증가 유도
성장기여도 2.3%P 달해
공장·사무자동화 등으로
고용부문 기여도는 낮아
대기업 신규 채용 감소
내수 확대 효과 미지수
세금을 깎아줘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이른바 ‘감세’는 이명박 정부의 기본 국정철학이다. 행정부로서는 한 번 정했으면 ‘초지일관’ 쭉 밀고 나가야 하는 원칙에 해당된다. 하지만 4ㆍ27 재보선 패배 이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하고 있는 수출-내수 기업 간 양극화와 빈부 차이의 심화 속에 ‘부자감세’를 철회하라는 주장이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제기되는 실정이다.
여야는 감세를 해줘봤자 투자와 소비가 늘지 않는 만큼 이를 철회해 서민 복지투자의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놓는 천문학적인 내부 유보금과 살아나지 않는 내수가 근거다. 하지만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감세는 기업의 투자와 내수소비를 자극해 전체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며 반박한다.
과연 감세는 부자와 대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부도덕한 ‘과잉친절’에 그치는 것일까, 아니면 장기적으로 투자와 소비를 늘려 국가경제를 살찌우는 보이지 않는 ‘보약’일까.
▶역사 속의 감세이론=감세이론의 원조는 미국의 레이건이다.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세출의 삭감, 소득세의 대폭 감세,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의 완화, 안정적인 금융정책으로 요약된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70%에서 28%로 줄이고, 법인세율을 48%에서 34%로 낮췄다. 일명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는 감세정책이다.
공급 측면의 경제학에서는 감세→저축의 증가→이자율의 하락→투자의욕의 증대→생산력의 증가→물가수준의 안정이라는 효과 외에 감세→노동의욕·투자의욕의 증대→생산력의 증가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레이거노믹스는 당시 사상 최대의 군비 증강과 맞물리면서 재정적자 급증이라는 폐해를 가져왔다. 어쨌거나 당시 미국의 실험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이 났지만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학계는 감세를 통한 중장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검증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 내 감세의 역사와 효과=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1971년 처음 생긴 이래로 대체적으로 내려왔다. 법인세 최고구간만을 기준으로 하면 1971년 500만원 초과(최고구간)의 법인세율이 40%에 달했지만, 2011년 현재는 2억원 초과의 경우 22%에 달하는 만큼 대략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DJ정부 시절(2002년) 1%포인트, 참여정부 시절(2005년) 2%포인트가 감소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5%를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008년 세제개편에서 13%, 25%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2012년까지 10%, 20%로 낮추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OECD 국가에 비하면 조금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와 투자자 유치 등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아시아 주변국과 비교할 때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감세정책은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를 가져올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업투자 활성화ㆍ근로의욕 고취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 확충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최근 OECD 통계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09, 2010년 설비투자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2010년 설비투자는 21.3%(명목기준) 증가해 OECD 국가 중 투자증가율 2, 3, 4위를 기록한 에스토니아(14.1%), 미국(13.1%), 영국(11.5%)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3년(2008~10년)간 설비투자 추이를 봐도 OECD와 G7 국가 평균치보다 높아 국내 기업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설비투자 활동이 전체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2010년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2.3%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설비투자가 국내 경제성장률을 2.3%포인트 끌어올렸다는 의미로, 설비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기여도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고용에는 도움 안돼=그렇다면 고용에는 대기업이 얼마나 도움을 줬을까. 통계청이 발표하는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수를 보면 2009년과 2010년 대기업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300인 이상의 고용인력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 현재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1~4인 기업의 고용인력은 4만9000명이 줄어들어 948만7000명에 달했다.
반면 5~299인 기업의 고용인력은 40만3000명이 늘어 총 고용인 수는 1238만9000명에 달했다. 반면 300인 이상의 대기업의 경우는 3만1000명이 줄어들어 195만2000명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 기간 늘어난 32만명의 신규고용은 대부분 5~29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고용인력이 줄어든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수출산업과 자동화한 공장 등을 갖추고 있어 사실상 고용에는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