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ㆍ원승일 기자]한반도의 장마가 달라지고 있다. 마른 장마가 많아지고, 비가오면 태풍이 북상한 것처럼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고, 국지적으로 게릴라성 호우를 뿌려댄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장마와는 차이가 있다. 거의 도깨비 수준이다.

올해 장마만해도 평년보다 일찍 시작했지만, 장마전선이 북상을 못해 초기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무더위만 계속된 ‘마른 장마’ 현상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7월들어 위세를 부리면서 첫날인 1일 오후에는 전국 곳곳에 시간당 30㎜ 안팎의 강한 비를 뿌려 침수사태가 속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강원 일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4일 기상청이 2011년부터 최근 5년간 장마경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장마기간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평균에 배히 2~3일 길어지고, 강수 일수는 4.1%늘었지만 강수량은 0.3%감소했다. 특히 남부지방은 장마기간 강수량이 15.8% 큰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남부지역의 아열대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1년 강수량의 3분의 1 정도가 장마철에 쏟아지는데, 최근 5년간은 예년에 비해 장마가 종료되고 난후 강수량이 29.4%증가했다.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국지적으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바뀌면서 장마철 전체의 강수량이 줄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장마는 초기에는 ‘보슬비’ 수준을 보이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장마는 시작부터 국지성 호우를 동반했다. 4일에도 예상 강수량이 중부지방, 전라북도, 경북 북부 50∼100㎜ 등으로 많고, 200㎜ 이상인 곳도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위치에 따라 지역을 옮겨 다니며 폭우가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로 인해 강수구역과 강도의 변동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기상청은 다음주까지 장마전선이 중부와 남부를 오가며 200㎜가 넘는 게릴라성 호우를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문제는 장마가 끝나더라도 8월 ‘라니냐’의 영향으로 게릴라성 호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 엘니뇨가 끝난 뒤에 다음해 라니냐가 일어나면 국지성 호우 등 큰 변화 조짐을 보였다”며 “가뭄으로 시름하던 땅에 갑자기 홍수가 발생하는 식으로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마에 이어 라니냐로 집중호우까지 예상됨에 따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10년간 집중호우에 따른 국내 피해를 보면 인명피해(사망)가 207명으로 태풍, 풍랑 등 전체 피해인원(270명)의 76.7%를 차지했고, 재산피해도 가장 많은 3조6628억원(58.4%)이 발생했다. 특히 라니냐가 발생한 1984년과 1998년 피해를 보면 호우일수와 피해 규모가 매우 컸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83년 엘니뇨 이후 1984년 라니냐가 발생했을 때 집중호우 일수는 14회→31회로 2.2배 증가했고 인명피해(사망)는 30명→265명으로 8.8배, 재산피해는 193억→2452억원으로 12.7배 각각 늘었다. 1997년 엘니뇨 이후 1998년라니냐가 왔을 때도 집중호우 일수는 30회→47회로 1.6배, 인명피해(사망)는 38명→384명으로 10배, 재산피해는1700억→1조5500억원으로 9.1배 늘었다.

전문가들은 게릴라성 폭우 시 전기, 차량침수, 질병발생 등 2차 피해 또한 크기 때문에 가로등이나 신호등, 고압전선에 가까운 곳은 피하고 침수예상 건물의 지하공간에 주차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조량이 낮고 고온다습하기 때문에 식중독 같은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청결을 유지해야 더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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