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탄핵 정국 속 군통수권 행사 논란

軍 주요직위 8명 직무정지…안보공백 우려

사열하는 윤 대통령
자료사진. 지난 10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열병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12 담화’ 발표 이후 대통령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한 가운데, 그 첫 시도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계엄 실행의 주역이었던 군에 대한 통수권을 또다시 행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 최병혁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하지만 최병혁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부담으로 후보자 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4성 장군으로 전역 후 현재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맡고 있다. 육사 41기로 김 전 장관의 세 기수 후배다.

한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육군 교육사령부 사령관을 지냈다. 국회 4선에 성공한 그는 ‘원칙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등 정책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왔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주변 인사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불법 계엄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 않으냐”며 “지금 시점에 군 통수권을 행사해 국방부 장관 인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군통수권 행사가 정당한지 여부와 별개로 군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창군 이래 첫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체제는 물론 군 주요직위자 8명이 직무대리체제로 가동되고 있어서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등 육군 중장 3명이 직무정지됐다. 장성우 방첩사 1처장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직무정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박안수 총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육군 2작전사령관이 직무대리를 수행하면서 2작사령관 직무대리도 누군가 수행해야하는 상황이다.

직무정지는 징계에 의한 직위해제와 달리 현재 보직은 유지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군 인사관리 규정 상 장군의 보직과 직무대리 현황은 비공개”라며 후속 직무대리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박 총장 사례뿐 아니라 다른 사령관과 참모직위에 대한 직무대리도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무대리를 맡은 개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연쇄적인 업무공백은 필연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선호 장관 직무대행과 김명수 합참의장은 전열을 정비했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 7일 저녁 각 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지휘관과 국방부·합참의 주요 직위자를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열고 “현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면서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라”고 지시했다.

또 12일에는 폴 라카메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화상회의를 하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

김명수 합참의장도 12일 군사대비태세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군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 가운데 군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김 합참의장을 비롯한 합참의 주요 직위자나 특전사를 제외한 육군 작전사령부급 부대, 전방 군단·사단급 부대 지휘관들은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 해·공군과 해병대의 지휘계통도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직무대리의 지휘 부담과 군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