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막바지 더 첨예한 대치 예고

민주, 최재해·이창수 등 탄핵소추 추진

‘김건희 여사 특검법’ 10일 재표결 예정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제출도 유력 검토

사상 처음 野 단독 예결특위 넘은 예산안

막판 최종 조율·처리도 연말정국 ‘뇌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통과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12월, 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야는 더욱 첨예한 대치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에 나서면서, 김건희 여사 각종 의혹 관련 특별검사 수사를 띄우기 위한 입법에 총력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채해병 사망 사건 및 대통령실 등의 수사 방해 의혹 관련 국정조사도 정기국회 기간 내에 관철시키기로 했다. 사상 처음, 여야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감액만 반영된 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한 2025년도 예산안 최종 처리 문제도 연말 정국의 ‘뇌관’이다.

야당은 탄핵, 특검, 국조, 예산 등 전방위로 정부·여당 압박에 나서고, 여당은 22대 국회 다수 의석을 보유한 야당이 ‘입법 쿠데타’로 권한을 남용해 정부를 멈추려 한다며 부당성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민주, 2일 최재해 감사원장·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안 보고 방침

1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장 2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에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 및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2일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국회법은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하고,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않은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계획하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해당 고위공직자의 직무는 정지된다.

민주당은 최 감사원장의 경우 대통령 관저 이전 부실 감사 의혹 및 국정감사 과정에서의 자료 미제출 등에 따라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최 감사원장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지난달 29일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이런 정치적 탄핵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 지검장 등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 대한 탄핵 추진의 경우 민주당은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차장, 부장 등 검사들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9일 “거대야당의 끝없는 정쟁과 무리한 ‘탄핵 놀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입법부를 아예 ‘탄핵의 도구’로 전락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심각한 대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 압박…10일 특검법 재표결

민주당은 또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되돌아온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초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표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가 여당이 이른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인한 내부 분열 상황이 이어지자, 자중지란에 따른 ‘여당 이탈표’를 최대한 늘려보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주당은 특검법 입법과 함께 현행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활용해 특검 수사를 추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제출하는 카드도 고려 중이다. 상설특검법을 통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 수사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여권을 압박한다는 계산이다.

상설특검에서 대통령이나 가족 관련 특검 후보 추천시 여당 추천권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상태다.

민주당에선 특검법이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 임명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추진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나름의 노림수’로 여긴다.

아울러 22대 국회 당론 1호로 특검법 입법을 추진했던 ‘채상병 순직 사건 및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오는 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의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25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도 연말정국 ‘뇌관’

예결위, 감액 예산안 의결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

2025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도 12월 정국의 뇌관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 감액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서 증액 없이 정치권의 쟁점 예산만 삭감한 것이다. 야당 단독으로 이 같은 예산안이 예결위를 통과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예결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은 677조4000여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1000억여원이 깎인 금액이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는데, 감액은 정부의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

다만 정치권에선 내년도 예산안이 예결위 단계를 넘어서긴 했어도 야당 주도로 통과된 감액 예산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를 바로 상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증액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때문에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토대로 여야 원내지도부 논의를 통해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감액 예산안대로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될 경우 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표가 내세운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증액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민주당의 행태는, 정부를 멈추겠다는 사실상 ‘입법 쿠데타’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절대 다수당의 권한을 남용해 검사 탄핵, 감사원장 탄핵, 특검을 남발하고, 결국 정부 필수 예산을 삭감해 나라를 뒤엎겠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지난 국회의장실에서 있었던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감사원장 탄핵은 거론된 바 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2일 일정에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민주당의 유아독존식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밖에 없다”며 “국회의장이 바로잡아 주시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대화하는 추경호-배준영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앞줄 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준영(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