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고현정 [‘유 퀴즈 온 더 블록’ 캡처]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엄마라는 사람은 그냥 편해야 하잖아요. 그건 제겐 언감생심이에요. 친하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어요.”

15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한 배우 고현정이 전 남편인 신세계그룹 회장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고현정은 지난 2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데뷔부터 6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은퇴 전 마지막 작품 ‘모래시계’, 연애와 결혼,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깊이 품어둔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그는 “제가 애들은 보고 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같이 살지 않아서 쑥스럽고, 편하지 않은 감정을 느꼈을 때, (엄마와 아이들이) 친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슬픈 건지 몰랐다. (그런 친밀감은) 채울 수 없는 것이고, 없어진 거니까 많이 속상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날 방송에서 고현정은 데뷔 후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풀어갔다. 1989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당선된 후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던 비하인드를 비롯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여명의 눈동자’, ‘엄마의 바다’, 그리고 희대의 명작 ‘모래시계’까지. 배우 고현정으로서 느낀 고마움과 미안함을 풀어냈다.

그는 “20대에 갑자기 연애하게 됐는데, 연애가 그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며 “사랑이 훅 왔다가 20대를 온통 물들였다. 사랑이 깊은 거였다. 그리고 자주 안 온다”고 돌아봤다.

그 무렵 시청자와 만난 드라마는 ‘모래시계’였다. 배우로서 가장 주목을 받던 시기에 결혼을 발표하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연애를 하고 있을 때 촬영한 이 드라마가 연애를 방해하는 일로 느껴졌다. 난 어차피 이제 다 그만두고 결혼을 할 거라는 생각이었다”며 “몇 년이 지나 해외에 계신 분들을 통해 ‘모래시계’에 대한 반응을 듣고 만감이 오갔다. 첫 아이를 갖기 전이었는데 ‘내 삶에서 무엇을 놓친 건가’ 싶어 많이 울었다”고 했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 무렵 고현정은 “완벽하게 최선을 다해 산 줄 알았는데 (삶에) 누수가 나고 있는 걸 그때야 느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혼 후 돌아온 첫 작품은 조인성과 함께 한 드라마 ‘봄날’(2005)이었다. 이후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을 맡아 그 해의 연기대상을 받았고 이후 ‘여왕의 교실’, ‘디어 마이 프렌즈’, ‘너를 닮은 사람’, ‘마스크걸’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했다. 최근엔 개인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개설해 대중과 소소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달엔 지나TV 드라마 ‘나미브’로 시청자와 만난다.

고현정은 “(이런 행보를) 제 자식들과 연결해서 안쓰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저는 자식들에게 부담되고 싶지 않다”며 “(자식들에게는) 엄마는 그냥 산뜻하게 열심히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잘 돌려드리고 싶다”며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처음부터 몇 바퀴 돌리듯이 생각하는 중이다. 시대감을 잃지 않는 배우의 정신으로 작품들을 많이 해서 여러분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출연한 토크쇼에서 고현정은 “이 말은 꼭 전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전 배은망덕하고 싶지 않아요. 잘하고 싶어요. 조금 도와주세요. 너무 모질게 보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요. (중략) 여러분과 같이 71년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난 고현정이라는 사람으로 잘 살고 싶어요. 너무 오해 많이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