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첨단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3년 연속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때 중국을 크게 앞섰던 무역특화지수(TSI)가 역전된 것은 물론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는 중국이 한국의 4배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앞으로 더 나빠져 더 이상 중국에 팔 게 없는 처지가 된다는 말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014년부터 올해(1∼8월)까지 양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TSI)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은 2022년 24.0을 기록해 한국(20.2)을 처음 앞질렀다. 2023년엔 26.7로 한국(20.1)과의 격차를 더 벌였다. 2014년만 해도 한국(29.9)은 중국(11.8)에 크게 앞섰고 2018년까지는 격차를 유지했지만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역전됐다. 올해는 한국이 5.5포인트(p) 올라 25.6으로 반등했으나 중국(27.8)을 넘어서진 못했다. TSI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 비교 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로 숫자가 클수록 수출 경쟁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미 주요 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참 밀리거나 근소하게 차이가 좁혀진 상황이다. 중국의 전기(17.1p→ 63.2p)· 기계산업(17.1p→ 39.7p)은 한국보다 경쟁력이 월등하다.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모빌리티와 화학산업은 바짝 다가와 겨우 우위를 지키고 있다. 기술굴기를 내세운 중국이 국가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돈을 쏟아부은 결과다. 실제 중국 첨단기업의 2023년 연구개발비는 2050억8000만달러로 한국(510억4000만달러)의 4배에 이른다. 증가율도 2013년 이래 매년 18.2%에 달해 한국(5.7%)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대내외 환경이 어떻든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늘린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181억달러였는데 일시적 현상으로 볼 게 아니다. 이미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들은 7~8년 전부터 무역역조가 굳어진 상태다. 반도체가 대중 무역수지 흑자에서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반도체마저 무서운 추격으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경쟁력 약화는 단순히 수출 실적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추세를 방관해선 안되는 이유다. 결국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혁신 뿐이다. 국가 전략 기술 분야를 확대 지정하고, 세액공제와 직접적인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 빚내서 투자하라고 할 게 아니다. 기업도 단기 수익에 얽매이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R&D 투자를 더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