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선산・충칭 공장 르포

“카피캣 넘어 기술왕좌 노린다”

배터리·전기차 수직계열화 완성

‘주력’ 블레이드 배터리 공개

연구개발 인력만 10만명 달해

BYD 선산 공장 내부에서 조립을 완료한 차량들이 검수를 앞두고 있다. [BYD코리아 제공]

#.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선전시 중심부에서 차로 약 100㎞ 거리를 달려 도착한 선산 공업단지. 부지 규모만 54만㎡(약 16만3350평)에 달하는 넓은 땅 위에 큼지막한 자동차 생산공장과 직원 기숙사 등 각종 부속시설들이 위용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의 핵심 생산시설들이 국내 취재진에 공개되는 순간이다.

BYD그룹이 자본 100%를 투자해 설립한 이 공업단지는 광둥성 선산 특별 협력구에 위치한다. 약 14만㎡ 규모의 구아부 단지(1단지)와 40만㎡ 규모의 샤오막 단지(2단지)로 각각 나뉘어져 있다. ▶관련기사 3면

BYD는 지난 2021년 50억 위안(약 1조원)을 투자해 1단계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구아부 단지를 건설했다. 2022년 BYD가 추가로 200억 위안(약 4조원)을 투입해 설립한 샤오막 단지는 연간 기준 30만대 규모의 친환경 완성차 및 핵심 부품의 생산이 이뤄진다. 아울러 3단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65억 위안(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이곳에 배터리팩 생산 라인과 신에너지 차량(NEV)을 위한 핵심 부품 공장을 건설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2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BYD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지난 2022년 미국 테슬라를 꺾고 세계 1위 전기차 판매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휴대폰 배터리 제조사에서 출발해 뒤늦게 자동차 업계에 뛰어든 출발한 ‘카피캣(모방품)’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내년 1월에는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해 국내 완성차 기업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BYD는 올해 400만대를 판매하고, 친환경차 수출 판매량도 사상 처음 4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BYD는 일본 혼다(2023년 395만 대·8위)와 미국 포드(397만 대·7위)를 제치고 세계 7위 자동차 기업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날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아부 단지 내 핫스탬핑 공장이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덮쳐왔다. 핫스탬핑은 고온으로 가열된 강판을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눌러 성형한 뒤 금형 안에서 담금질을 하듯 급랭시켜 강도를 향상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복잡한 형태의 차체를 얇은 두께로 강하게 만들 수 있어, 전기차 경량화를 통한 주행거리 증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이어 방문한 1단지 내 용접공장은 곳곳마다 배치된 로봇 장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용접과정에 투입돼 있는 로봇장비만 1352대로, 용접 자동화율은 100%에 달한다. 공정 상황이 엔지니어들의 휴대폰과 연동돼 실시간으로 정밀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용접 과정에서 나오는 유해 기체는 별도의 관으로 배출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완성차 조립 공장이다. 1단지 기준 10개의 생산라인에서 1시간에 약 60대를 생산한다.

타이어와 유리 장착 공정은 로봇이 100% 수행하며, 파워트레인과 배터리 장착의 경우 직원과 로봇이 함께 작업하는 방식으로 조립이 이뤄졌다. 이날 생산라인에서는 BYD의 대표 전기차종 중 하나인 ‘한(漢)’에 직원들이 차체 아래에서부터 ‘블레이드 배터리’ 팩을 직접 장착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BYD의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배터리 셀을 칼날처럼 길고 평평한 형태로 제작해, 기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단점으로 꼽히는 낮은 에너지 밀도를 비약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정된 공간에 셀을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한 것으로, 여기에는 배터리 공정(셀→모듈→팩) 단계 가운데 모듈을 생략하고 바로 셀에서 팩으로 조립하는 셀투팩(CTP) 기술도 적용된다.

BYD 관계자는 “모든 생산 단계는 디지털화가 돼 있다”면서 “최근에는 친환경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청결과 환경 오염 방지 등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1일에는 충칭시에 위치한 BYD의 100% 자회사 ‘핀드림스배터리’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찾았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생산하는 BYD의 중국 6개 배터리 공장 중 하나인 충칭 배터리 공장은 투자금액만 180억 위안(약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충칭 배터리 공장은 1기와 2기 공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기 공장은 6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2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BYD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든 배터리는 핀드림스배터리가 만든 제품이 장착된다. 모든 공정은 100% 자동화를 구축했다. 1기 공장은 6초에 셀 1개를 생산하고, 2기 공장은 3초에 셀 1개를 각각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날 BYD가 공개한 안전기준도 주목을 받았다.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의 핵심 공정이 이뤄지는 청정실은 1㎥(입방미터) 공간 내에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5㎛=0.005mm)에 해당하는 미세 입자 수가 29개를 넘지 않도록 관리된다. 아울러 전체 습도는 1% 미만(공장 외부 일일 평균 습도 60~80%)으로 제한되며, 온도 역시 25°C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어 BYD 관계자들은 배터리 내구성 시험 가운데 가장 엄격한 테스트로 알려진 ‘못 관통 테스트’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핀드림스배터리 관계자는 “블레이드 배터리의 생산 공정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면서 “블레이드 배터리 셀 1개에 600여개의 특허가 들어가 있는데, 이러한 기술들은 (BYD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장비와 최첨단 솔루션을 통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BYD가 전기차·배터리 수직계열화 및 기술 투자,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주요 내연기관차들의 디자인을 흉내낸 제품으로 카피캣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오히려 기술력 분야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빠른 속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BYD는 향후 자율주행차 등에 대한 연구에도 본격 나서, 미래차 시장까지 휩쓸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전체 직원 90만명 중 10만2800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며, BYD의 모든 임원도 이공계 출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BYD를 창업한 왕찬푸 회장이 지난 18일 개최된 창사 30주년 및 신에너지차 1000만대 생산 기념식에서 “인공지능(AI)과 자동차를 결합한 스마트 기술 개발에 1000억 위안(약 19조2400억원)을 투자해 완성차 공정의 전면적인 스마트화와 업그레이드를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선전·충칭=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