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의 자질에 대해 논한 고전 ‘군주론(Il Principe)’ 초판본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 최고 예상 경매가는 5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자 철학자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저작인 ‘군주론’ 초판본이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라고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다국적 경매업체 소더비가 22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 책은 11월 28일부터 12월 12일까지 소더비 런던 경매장에서 열리는 ‘서책 및 원고’ 분야 경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소더비는 이 희귀본의 예상 낙찰가를 20만~30만 영국 파운드(약 3억 5000만~5억 3000만 원)로 책정했다.
소더비에 따르면, 가로 120㎜, 세로 174㎜ 크기의 이 책은 ‘군주론’ 초판본과 ‘피렌체사’(史) 제2판을 포함한 두 권의 책이 한 권으로 묶여 제본되어 있다.
제본은 재질을 기준으로 17세기 초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제목 페이지가 누락되어 있는데, 이는 책 소유자가 당국의 압수를 피하기 위해 제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소더비는 설명한다. ‘군주론’은 1559년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었으며, 약 70년 후에야 금지가 해제되었다.
도장과 기타 표시를 통해 이 책이 19세기 중반까지 피렌체의 공공도서관에 소장되었으며, 이후 미국의 보험사업가와 영국의 개인 수집가에게 소유권이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렌체사’ 제2판은 ‘피렌체, 베르나르도 준타, 1532년 3월 16일’에, ‘군주론’ 초판은 ‘로마, 안토니오 블라도, 1532년 1월 4일’에 각각 출판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군주론’ 초판본은 매우 드물며, 약 10여 부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더비에 따르면, 이번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군주론’ 초판본의 소장 기록은 12건이며, 모두 도서관 소장품이었다. 이 중 이탈리아 밖에 있는 것은 6건에 불과했다.
유럽 고서 목록 ‘USTC’에 따르면, ‘군주론’ 초판본은 프랑스 1부, 로마 교황청 1부, 교황청을 제외한 이탈리아 5부, 스페인 1부, 영국 2부, 미국 1부 등 총 11부가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USTC는 1700년까지 유럽에서 활자 인쇄로 제작된 서책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한 목록이다.
소더비의 서책 및 원고 분야 전문가 게이브리얼 히튼은 “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군주론’ 초판본은 개인 소장품으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수십 년간 경매에 나온 적이 없다”고 CNN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