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안 중하지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 단정 어려워”
아들, 선관위 경력채용 반년 만에 7급 승진…‘세자’로 불리기도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총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연 뒤 “사안이 중하기는 하지만,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아들인 김모 씨에게 유리하게 선관위 채용 절차를 진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아들 김씨는 강화군청에서 일하다 2020년 1월 경력 채용을 통해 인천 선관위로 이직했고, 반년 만에 7급으로 승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채용 면접에는 내부 위원 3명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는데, 이들 모두가 김 전 사무총장과 인천에서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가운데 2명이 김씨에게 만점을 줬고, 나머지 1명도 5개 평가 항목 중 4개 항목에 최고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선관위가 김씨를 위해 일부러 인천 선관위 선발 인원을 늘리고, ‘5년 동안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다’는 채용 조건도 없앤 것으로 보고 있다.
장관급 공무원인 김 전 사무총장은 아들의 채용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처 2인자인 선관위 사무차장(차관급)을 맡고 있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내부 메신저에서 아들 김씨를 ‘세자’로 부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선관위의 자체 수사 의뢰, 국민권익위원회 고발 등을 토대로 선관위 채용 비리 의혹을 수사해 왔다.
감사원도 지난 4월 김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선관위 전·현직 임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 3월에도 송봉섭 전 선관위 사무차장을 딸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