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vs. 버트코인’ 유사명칭 혼동 해프닝
노보그라츠 “비트코인 50만달러까지 오를 것”
캐시우드 “비트코인 2030년까지 150만달러 도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 21일 한 온라인 가상자산 투자 게시판에 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가상자산 투자 인증 사진과 더불어 올린 글에 “예전에 남친이 비트코인 사라고 해서 샀는데 이거 맞아?”라고 썼다.
이 사람이 올린 수익 현황을 보면 총 470만원 가량을 투자해 76.57%(약 360만원)의 손실을 보고 110만원 정도의 잔고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글을 올린 사람이 투자한 가상자산을 보면 비트코인(Bitcoin)이 아닌 버트코인(Vertcoin)이다.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가상자산 검색을 정확히 하지 못해 나온 해프닝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기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인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과 버트코인은 큰 차이가 있다. 가상자산 정보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버트코인은 2014년에 설립돼 채굴 분산화와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애플리케이션 특화 집적 회로) 장치에 대한 저항성을 강조하는 ‘피어 투 피어’ 가상자산이다.
이 가상자산은 라이트코인(Litecoin)의 포크(Fork·블록체인의 업그레이드)로 개발됐으며, 블록 시간과 코인의 총 공급량과 같은 유사한 속성을 공유한다. 그러나 ASIC 장치가 채굴 과정을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통해 자신을 차별화한다. 이는 더 공평한 채굴 기회의 분배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버트코인 철학의 핵심은 특수하고 종종 비싼 하드웨어를 요구하기보다는 표준 개인 컴퓨터를 사용해 채굴하고자 하는 개인에게 접근 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 접근 방식은 채굴 과정이 ASIC에 저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버트해시(Verthash) 채굴 알고리즘을 통해 용이하게 된다. 이 알고리즘은 채굴 난이도를 매 블록마다 조정하여 채굴 환경에서의 공정성과 적응성을 촉진한다.
Vertcoin은
한편,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미 당국의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7만3800달러까지 급등하며 2021년 11월 최고가를 2년 4개월 만에 경신한 비트코인은 당시만 해도 10만 달러는 멀게만 느껴졌다. 지난 4월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전후로 기대됐던 급등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후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었다.
비트코인 10만 달러에 불을 댕긴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 미 대선일이던 지난 5일 오전 7만 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0만 달러선을 기준으로 16일간 약 45% 급등했다. ‘트럼프 효과’인 셈이다.
1기 행정부 시절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당선인의 가상자산에 대한 시각은 이번에는 확 바뀌었다. 현 정부의 규제 강화에 불만을 드러냈던 가상자산 업계는 이번 대선에서 막대한 선거 자금 기부로 트럼프에 ‘올인’했고, 그는 그런 업계를 적극 끌어안았다.
대선 기간인 지난 7월 가상화폐 연례 최대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미 대통령 후보로 처음 참석하며 업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가상자산을 규제하려고 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해고하고 가상자산 관련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며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당선 후 이런 기대감에 비트코인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가상자산 기업 수장들은 친 가상화폐 인물 등용 등 업계 요구 관철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인수팀과 접촉했고, 실제 전진 배치됐다.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억만장자 금융 자산가인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상무장관으로 지명했고,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띄우는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했다. 가상자산 규제를 담당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도 친 가상화폐 인물이 중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역대 처음 가상자산 정책만을 전담하는 새로운 백악관 자리 신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비트코인이 국가 준비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준비자산이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대외 결제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달러 같은 기축통화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금이 그 역할을 한다. 공화당 신시아 루미스 의원은 미 연방준비제도가 5년에 걸쳐 매년 20만개씩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 2100만개의 4.8%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미 20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안은 미국이 최소 20년 동안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저장하면 세계 다른 국가들도 이를 준비자산으로 매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총량이 정해져 있는 비트코인이 ‘희소성’에 따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다. 준비 자산이 아니더라도 원유나 희토류처럼 ‘전략비축’ 품목으로 지정해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향후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가상자산 운용사 갤럭시 디지털의 창립자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가능성은 낮지만 전략적 준비 자산이 되면 가격은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다른 모든 국가도 비트코인을 채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격의 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투자회사 ARK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이 최대 15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정책과 규제 완화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ETF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지난 4월 반감기가 아직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추가 상승을 예고하며 2030년까지 기본 가격 목표를 65만 달러,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00만 달러∼150만 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