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M&A 시장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

올 상반기 편의점 ATM 사업부 매각 나서

롯데 “비핵심 사업 매각 지속”…“해외 자회사 지분도 활용할 것”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風聞)이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운데 시장의 불안감이 주요 계열사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롯데그룹은 상세한 반박을 통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련의 사태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해당 소문은 지난 주말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촉발되어 다음 달 초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 등이 골자였다.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는 그간 그룹이 추진한 M&A 성과 및 계열사 간 은행권 연대보증이 지목됐다.

롯데지주·롯데쇼핑·롯데케미칼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유포된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주요 계열사 주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주가는 위기 설(說)이 돌기 직전인 지난 15일 종가에 비해 각각 마이너스(-) 6.6%, 9.0%씩 뒷걸음질 쳤다. 같은 날 롯데케미칼(-11.4%)의 등락폭은 더 컸다.

지난 21일에는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이슈가 촉발됐고, 이에 대해 사채권자 집회 소집 공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채권을 발행하며 3개년 누적 상각전영업이익(에비타·EBITDA)/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하겠다고 계약했는데, 지난 9월말 해당 수치는 4.3배에 그쳤다. 때문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다”면서도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해 롯데케미칼 수익성 저하가 발생했지만 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롯데 측은 안정적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는 근거로 자산보유 현황 등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을 15조4000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 상당이다. 보유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황 및 내수 부진이 단시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자산 매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앞서 M&A 시장에 내놓은 매물에 대해서는 가치평가가 엇갈렸지만 향후 알짜사업 또한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상반기 코리아세븐은 현금지급기(CD)·자동입출금기(ATM)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던 바 있다. 코리아세븐은 편의점 세븐일레븐·미니스톱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인수금액 이외에도 연간 400억~500억원 수준의 운전자본을 추가로 확보해야하는 부담 탓에 코리아세븐 CD·ATM 사업부 인수 검토에 난색을 표했다. 전국 1만여개 롯데 CD·ATM 기기 내에 잉여현금이 불가피하게 묶여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비핵심사업 매각을 시도해왔다. 투자업계는 롯데그룹이 현재 매물에 대한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추가로 유동성 확보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롯데 측은 지난 21일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저효율 사업 구조조정, 비핵심 사업 매각을 추진한다”며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한 바 있고, 해외 자회사 지분 활용을 통한 1조3000억원의 유동성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