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1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9층에서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20대 여성이 떨어져 사망한 일이 있었다. 스토킹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가해 남성은 2심에서 징역 3년2개월로 형량이 더 줄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 3-3부는 22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5)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여자친구 B(24)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집을 찾아가 17시간 문을 두드리거나 “죽겠다”고 협박하면서 유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등 스토킹 범행을 저질렀다.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신체적 위협과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A 씨는 지난 1월 7일 새벽에도 B 씨가 다른 남성을 만나는 것에 앙심을 품고 B 씨 집에 찾아가 말다툼을 벌였고, B 씨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A 씨는 B 씨 사망 당시 유일한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였다.
유족은 A 씨 행위가 피해자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아 이 부분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사망에 대해 피고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 수사로 처리돼야 한다”라며 “(이번) 판결에 그 책임을 더할 경우 헌법이 정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만남과 결별이 반복되며 다툼의 수위가 높아졌고 서로 다투는 중에 죽음을 언급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했다”며 “피해자 집 앞에서 13시간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과 지인들은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엄벌을 탄원해 피고인은 죄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지속해 반성 의사를 표시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1·2심 모두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선고가 끝난 뒤 A 씨는 뒤돌아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은 “진짜 미안하긴 한 거냐”며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