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최고의 부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다. 그의 순자산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 2003억달러(한화 266조7194억여원).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도 제쳤다. 그의 어마어마한 부는 1994년 미국 정보기술(IT) 중심지 근처인 시애틀로 이사오면서다.
인터넷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사실을 깨달은 베이조스는 고액 연봉을 주던 미국 뉴욕 소재 헤지펀드 회사를 그만두고 이곳에 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 무이자 대출 자금과 부모님 투자금으로 차고를 개조해 사무실을 차린 것. 그는 1995년 7월 아마존 웹사이트를 열었고, 30여년 뒤엔 세계 최대 거부가 된다.
신간 ‘생각의 속도가 부의 크기를 바꾼다’는 베이조스를 비롯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아이콘들이 어떻게 정상에 올랐는지 전한다. 성별도, 나이도, 성향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바로 남들보다 ‘1% 앞선 생각’을 했다는 점이다. 억만장자가 좋은 리더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생각의 속도가 빠를수록 부의 크기는 커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수십 년 동안 성공 가도를 달린 베이조스의 앞선 생각은 ‘주주에게 보낸 전설의 편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베이조스는 1997년 아마존의 연례 보고서에 아마존의 의사결정 방식에 관한 핵심 원칙을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편지를 실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주주들에게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익을 중요시하고, 소심한 투자보다는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한다. 또 다재다능한 직원들을 고용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마존이 집착한다”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고객에게 집중하겠다고 맹세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주들 사이에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이 유행하기 전부터 지지했던 것이다.
일례로 그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말보다 ‘일과 삶의 조화’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가 주주들에게 쓴 첫 번째 편지에도 “이곳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다. 전 면접할 때 이렇게 말한다”며 “오래, 열심히, 혹은 똑똑하게 일할 수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 전했다. 가장 총명한 인재를 고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언제나 고용 기준을 높이고자 했다.
그는 팀을 꾸릴 때도 남달랐다. 작은 규모의 팀이 더 기민하고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초창기에 이른바 ‘피자 2판 규정’을 도입한 것. 피자 2판이면 모두 식사를 마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팀의 규모가 작아야 한다는 규정이었다. 그는 슬라이드 자료로 발표하는 것을 싫어해서 ‘이야기’라는 6장짜리 문서에 자기 아이디어를 담도록 했다. 80세가 돼 이 결정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지 상상하는 ‘후회 최소화하기 방법’도 베이조스가 만든 방법이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