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 재부각으로, 어수선해진 당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방문했다. 그는 도청소재지인 수원의 전통시장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 ‘지역사랑 상품권’(지역화폐) 국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역사랑 상품권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민생 정책 브랜드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안에 없던 지역화폐 예산 2조원을 새로 반영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날 이 대표의 수원 전통시장 방문에는 비명(비이재명)계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동행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은 돼도 지역화폐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한다”며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제한도 없고 매우 불편해 동네 골목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죽어라 싸워 상임위에서 2조원을 증액했는데 여당과 정부는 여론도 존중하지 않는다”며 “대리인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인이 나서야 한다. 마음에 안 들면 (대리인을) 혼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냈지만, 경기도는 1043억원을 편성했다”며 “당과 경기도는 민생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호응했다.
그는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우려스럽다”고 이 대표의 정부 비판에 동조했다.
이 대표와 김 지사가 이처럼 정부·여당에 한목소리로 각을 세운 장면은 민생과 경제 이슈를 고리로 한 ‘원팀’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야권의 ‘대여(對與) 단일대오’를 강조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집중된 시선을 분산하고, 당내 분열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 측은 수원 방문에 앞서 김 지사 측에 미리 계획을 알리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가 낙마할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는 ‘비명계 신(新) 3김’ 중 한 명인 김 지사를 만나면서 리더십 위기론을 사전 진화하려는 몸짓으로 해석된다.
김 지사는 전날 “민생이 어려운 엄중한 상황에서 ‘신 3김’이나 ‘플랜B’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 대표와 조기에 대립각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이날처럼 민생·경제 현장을 찾는 ‘먹사니즘’ 행보를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한동안 계속될 사법리스크에 맞설 원팀 기조를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전날엔 국내 주식 투자자들과 만나 당이 당론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만났다.
다만 이 대표의 의도대로 돌파구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25일 위증교사 1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경우 그의 정치적 가능성에 달리는 의문부호가 짙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일단 이 대표의 1심 결과를 놓고 이견을 노출하지 않은 채 대여 공세에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물밑에선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당내 권력 지형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