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관·피심인 주장 사실관계 파악必”
정보교환 담합 첫 적용사례…신중모드
공정위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것 아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과 관련해 제재 절차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제재 결과 발표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정보교환 담합’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사례인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3일·20일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4대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심의한 결과 ‘재심사 명령’을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심사 명령은 공정거래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전원회의가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법령해석 또는 적용에 착오가 있다고 판단해 다시 심사할 것을 명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심사관과 피심인들 주장과 관련한 사실 관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본건에 대한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은행들이 LTV 정보 교환을 통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했다고 보고 제재에 착수했다. 4대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 즉 LTV 정보를 공유한 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사업 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부당 공동행위’로 규정한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단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며 은행의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맞섰다. 정보 공유 후에도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경쟁 제한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위원회가 사실 관계를 추가로 확인하라고 결정하면서 최종 제재 결과 발표는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삼표의 부당지원 혐의의 경우 재심사 명령 이후 5개월 만에 제재 결과가 발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롭게 나온 주장에 대해 확인한 후 심의를 하자는 차원이며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전원회의가 개시되면서 자료를 보완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간 만큼 새로운 사건의 절차에 준해서 재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