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주·수향미 등 원산지보다 ‘품종’ 따져
쌀 소비량 줄어도 프리미엄쌀 매출은 급증
햇반도 강화섬쌀밥·골든퀸현미밥 등 고급米↑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구수한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엄마들 사이에서는 그 향이 ‘천연디퓨저’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니까요.”
경남에 거주하는 30대 고모 씨는 최근 햅쌀로 나온 ‘골든퀸3호’의 맛에 푹 빠졌다. 누룽지 향을 닮은 고소함을 잊지 못한 그는 부모님 댁으로도 제품을 보냈다고 했다.
갓 수확된 햅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산지가 아닌 품종을 중심으로 한 고급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식생활 변화로 일반 쌀의 소비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급미 경쟁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뜨겁다. 맛, 풍미, 품질을 따지는 소비 성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급미의 커진 존재감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컬리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순까지 판매된 양곡 매출의 약 50%가 밀키퀸, 비단쌀 등 고급미에서 나왔다. 전체 쌀 상품 중 33%가 고급쌀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쓱닷컴에서도 1~19일까지 백미(10kg) 매출 상위 20개 품목 중 향미와 고급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2023년 기준 56.4㎏)은 감소해 1993년 소비량(110.2㎏)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프리미엄 쌀 매출은 나날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농협이 발간한 ‘쌀 소비 트렌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로마트의 프리미엄 쌀 매출은 2020년 2079억원에서 지난해 5867억원으로 약 3배 급증했다. 특히 밥의 향을 내는 향미(香米)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수향미, 백세미 등 향미 매출액은 지난해 53억원으로, 같은 기간 182% 증가했다.
롯데온에서는 올해 상반기 수향미가 판매 비중 1위를 차지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9월부터 햅쌀 물량과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과 프로모션이 더해지며 11월 판매 비중이 40%까지 올랐다”면서 “특등급 상품의 할인을 시작하자,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급미의 성장 배경에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등 각종 미식 콘텐츠가 있지만, ‘쌀 가격’을 지켜야 하는 업계의 노력도 숨어 있다. 정부와 업계가 전반적인 쌀 소비 감소에도 쌀값과 곡류 매출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쌀’은 객단가를 높일 수 있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참드림, 백진주, 나들이 등 다양한 국산 신품종이 늘면서 쌀 브랜드도 다양해지고 있다. 품종과 브랜드명은 다를 수 있다. 품종의 이름은 국민 공모나 육성기관 등이 후보군을 제시하면 농촌진흥청 직무육성신품종선정위원회가 결정한다.
특정 품종의 쌀이 인기를 끌면서 지자체가 나서 해당 지역에서만 특정쌀을 재배할 권리를 사기도 한다. 화성시는 골든퀸3호 쌀을 쓰는 브랜드 ‘수향미’의 전용실시권을 취득해 2032년까지 해당 품종을 독점적으로 사용 중이다.
기업들도 관련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컬리는 충남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신품종인 향진주 품종을 도정 후 7일 이내 배송하는 ‘7일향미’를 플랫폼 전용 제품으로 내놨다. 밥맛의 골든타임이 도정 후 2주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지난달 24일 출시한 해당 상품은 현재 전체 쌀 매출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쓱닷컴은 올해 향미 상품군을 ‘향진주’, ‘십리향’ 등으로 확대했다. 희소 품종인 ‘용의 눈동자’와 ‘고시히카리’도 판매하면서 내년에는 내년에는 ‘백진주’, ‘여리향’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CJ제일제당도 올해 8월 강화섬쌀밥, 10월 골든퀸 현미밥 등 고급미가 들어간 햇반 품목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