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400.9원 야간거래 마감

11월로는 2년1개월來 최고치

우크라전쟁·펀더멘털 우려 强달러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위기에 원/달러 환율이 또다시 1400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 1390원선을 넘는 고환율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당분간 1400원이 환율의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전 2시 마감한 서울 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주간거래 종가 대비 달러당 10.0원 오른 140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미사일 공격 소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가능성에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율이 급등했다.

이달 들어 야간거래에서 환율 종가가 1400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이에 따라 이달 1~20일 야간거래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393.7원으로 전달(1366.9원)보다 레벨을 높이며, 7월 야간거래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주간거래 기준으로도 환율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취합한 종가 기준 월평균 환율은 1392.4원으로, 미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치솟았던 2022년 10월(1425.8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

환율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 및 보호무역 정책이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에서 2.2%로,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 전망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이런 펀더멘털(기초체력) 저하는 환율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대외 여건을 보더라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규칙 완화에 이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도 무산되며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일(현지시간) 106.64에 마감, 트럼프 당선(6일 105.09) 이후 1.5% 상승했다. 연저점인 9월 말(100.78)과 비교하면 5.8%나 오른 상태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환율에 부정적 요인이 산적한 만큼, 환율이 1400원 이상에서 움직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귀환은 분명한 달러 강세 요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와 감세로 인한 소비 및 투자 촉진 등은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연준 금리 인하 기대의 조정으로 미 달러화 우위 국면이 이어지며 올해 4분기에 환율이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이 되면 트럼프 당선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주요국의 금리 인하 추세가 유지되면서 강달러 압력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전날 환율 전망을 통해 올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종전의 1335원에서 1370원으로 대폭 높였지만, 내년 1분기 1350원, 2분기 1340원 등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김종화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19일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은 이달 2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