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신흥국 부유층 전유물…지금은 미국인들 수요↑”
유튜브 등 플랫폼 통해 해외 이주 방법 알아보기도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다가오는 가운데 미국인들 사이에 골든비자 인기가 치솟고 있다.
골든비자는 투자이민을 뜻하는 것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미 CNN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후 부유층 이민을 돕는 컨설팅 업체들에 미 시민권자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에 투자에 의한 시민권 개념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는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대선일 실시된 주에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골든비자를 문의하는 미국인들의 수가 대선 1주 전에 비해 400%(5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도미닉 볼렉 헨리앤드파트너스 개인 고객 부문 책임자는 골든비자 문의 개인 고객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나라에서 영원히 눌러 살 계획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만약에 대비해 외국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보험용으로 알아보려는 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민컨설팅 업체 아턴캐피털도 트럼프 승리가 확정된 바로 다음날 골든비자 문의가 100건을 넘었다면서 평소의 5배 규모라고 밝혔다.
아만드 아턴 아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문의한 이들 가운데 실제로 이민을 하는 사람들은 아주 소규모”라면서 “그들은 플랜B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반년 동안은 미국 시민권자들의 해외 이주 문의로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골든비자는 주로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필리핀 등 신흥국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 때문에 해외를 쉽게 드나들기 위해서다.
볼렉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 해도 미국인들은 이 시장에서 소수였지만 지금은 주류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골든비자 수요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후 증가했다. 주로 다른 국가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민이 주력이던 이 업체는 지금은 미국인들의 해외 골든비자 취득으로 업무의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CNN은 전했다.
골든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나라 가운데 최소 25만유로(약 3억6850만원)를 투자해야 하는 포르투갈이 가장 저렴한 국가로 꼽히며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도 고려되고 있다.
해외 이주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도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해외 이주 부부가 2주 전 올린 “미국을 떠나고 싶은 미국인들을 위한 국가(countries for Americans who want to leave the US)”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조회수가 50만명이 넘었으며, 댓글도 4000개가 달렸다. 급하게 해외 이주를 알아보고 있다는 미국인들의 댓글도 많았다.
밈주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소셜미디어 레딧에서는 “미 선거 결과 뒤 이민하기”라는 제목의 글에 2주도 안돼 1300개의 댓글이 달렸다.